
추천사

이책은 전문적인 의학분야로 나누어진 시스템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전문적인 영역을 함께 생각하고 다루었다는점에서 상당히 드문내용이지만, 실효성있게 제시를 해주는듯하다. 내주변에도 의학적으로 원인을 규명할수없는 진단이지만, 몸은 병들어서 고생하는분들이 계시는데...그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내용이다.
현재 원인을 규명할수없는 많은 질병들은 근본적으로 면역체계와 호르몬과 장내세균들의 비정상적인 작동과 관련성이 깊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의약을 통한 처방이 아니라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통해서 그런 불균형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결국은 과당성분의 섭취를 줄이고, 야채와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고...운동을 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침마다 10분정도 복식호흡을 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때 복식호흡을 하는것 만으로도 스트레스도 줄이고 비정상화된 호르몬들을 정상적으로 가라 앉히는데 좋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샤 박사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일상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획을 소개한다. 덕분에 나는 상상도 못 했던 에너지와 자신감을 얻었다. 불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활기찬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_보비 브라운 Bobbi Brown
“한 번이라도 ‘죽도록 피곤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낸 적 있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샤 박사의 프로그램은 놀랍도록 효과적이며, 당신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새로 태어나게 해줄 것이다.”
_의학 박사 새라 고트프리드 Sara Gottfried, 《호르몬 치료 The Hormone Cure》 저자
“이 책은 번아웃과 피로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에게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_질리언 마이클스 Jillian Michaels,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나는 의사이자 여성 건강의 대변자로서 항상 여성 환자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아다닌다. 이 책은 피로와 번아웃의 확산을 막아줄 해결책으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통합적이고, 과학적 근거로 무장했다. 오늘날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
_의학 박사 닥터 태즈 Dr. Taz, 통합 의학 전문가
“이 책에서는 자율성을 높이는 참신한 접근으로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시달리는 증상을 해결해준다. 에이미 샤 박사는 우리 몸의 자연적인 생체 리듬을 활용하고 일상에 간편하게 단식을 적용하여 피로와 체중 증가, 호르몬 불균형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감을 되찾고 아기처럼 푹 자고, 원수 같은 뱃살을 빼고 날아갈 듯한 기분을 즐기고 싶으면 이 책을 사고 절친에게도 한 권 선물해라!”
_의학 박사 헤더 모데이 Heather Moday, 《면역의 모든 것 The Immunotype Breakthrough》 저자
일러두기
● ‘호르몬 고속 도로’와 ‘새로운 음식 피라미드’의 도표는 크리시 쿠페스키 Chrissy Kurpeski가 작성하고 리나 이사 Lina Issa가 각색했다.
● ‘생체 리듬을 최적화하기’과 ‘월경 주기에 맞춘 운동 및 단식 계획’의 도표는 크리시 쿠페스키가 작성하고 지날린 맥너마라 Ginalyn McNamara가 각색했다.
● 이 책에는 건강 관리법에 대한 조언과 정보가 들어 있다. 의사나 건강 전문가의 의견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충하는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본인에게 건강 문제가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 특정 의료 프로그램이나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의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이 책의 정보는 출간일을 기준으로 최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출판사와 저자는 이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용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과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을 기준으로 하였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갑상선을 갑상샘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과민 대장 증후군으로 표기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왜 나는 죽도록 피곤했을까
머리가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오후 5시에 갑자기 소집된 ‘긴급’ 회의에서 먼저 일어나느라 죄책감을 느꼈고, 그에 못지않게 아이들 픽업이 늦어진 것도 미안했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67번가를 빠르게 질주하는 동안 심장이 쿵쾅댔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사무실을 일찍 떠난 게 맘에 걸렸다가, 짜증 내는 동료들이 어른거렸다가, 가라테 도장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까칠한 안내 데스크 직원이 지각했다고 핀잔하며 무능한 엄마라고 흉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자기 비하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막판까지 교차로를 지나는 차를 보지 못했다. 금속이 금속을 치는 소리가 공기를 울리며 시간이 멈췄다. 내 차는 나의 통제를 벗어나 정확히 세 번 회전한 뒤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또다시 가슴이 서늘해지는 충돌음이었다. 차에 있는 에어백이 전부 동시에 터졌다. 앞 유리에서 부서진 유리 조각이 박혀 피투성이가 된 팔이 눈에 들어왔다. 난 괜찮았지만 사고가 내 잘못이란 건 알고 있었다. 당시 내 삶을 정확히 묘사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스스로 전혀 통제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 사실을 내가 알았다.
10년 전 사고가 났던 그때는 두 아이를 키우며 면역 전문의로서 입지를 다지고, 다른 의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사실상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다. 지나치게 피곤했고, 무리했고 일을 많이 벌였다 (당신도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단순히 시간 관리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내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몸이 외치고 있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늘었다. 항상 짜증이 났고, 에너지는 바닥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몰랐고 알아낼 힘도 없었다. 내가 바쁜 워킹맘이라 그렇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신이 개입해서 교통사고를 통해 내 인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알려줬는지도 모르겠다.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는 가정과 직장에서 일을 관리하는 능력에 한계치를 느끼고 혼자서 껴안아야 하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 이런 피로는 인생에서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지금은 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느끼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나처럼 ‘에너지 고갈 위기’로 고통받고 있다. 내 환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칠 대로 지쳤다. 탈진할까 봐 걱정하고, 스스로를 혹사한다고 느꼈다. 당신도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감당이 안 되는 느낌과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건 지나칠 정도로 흔하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안 그렇겠는가? 우리는 바쁘게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살아가고, 그 와중에 정신을 어지럽히는 자극을 피하려 매일 같이 애쓴다. 하지만 우리는 초인이 아니다. 몸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면 결국 어그러지는 지점에 도달한다. 더 이상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중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환자인 34세의 케이티는 저작권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린 자녀 둘을 키웠다. 재택근무였지만 심각한 수면 문제 때문에 일과 가정생활 모두 지장을 받으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나를 찾아왔다. 너무 피곤해서 일에 집중되지 않았고, 그녀의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했기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한다고 했다. 또한 내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증상에 시달렸다.
•피로
•수면 장애
•달고 짠 음식에 집착
•카페인 같은 각성제 과다 섭취
•뚜렷하진 않지만 지속적인 소화 문제
슬프게도 케이티 같은 사례는 요즘 무척 흔한 편이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혹시 이 이야기에서 당신이 보이진 않았는가? 우리처럼 친구나 가족, 심지어 의사들까지 이런 문제엔 아무것도 소용없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생계를 접고 오랫동안 휴가를 가는 등 별로 현실적이지 못한 대안을 제외하면)고 말하진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나는 바로 당신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고, 잃어버린 에너지와 삶을 되찾을 방법을 제시한다. 나는 이 계획과 연구로 내 삶을 바꿨으며 수천 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도왔다. 당신도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내 환자들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나는 두 가지 의사 면허를 보유한 전문의로 코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하버드, 그리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했다. 무엇보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며 암흑기를 맞아봤다. 교통사고를 낸 이후 스트레스를 줄이고, 에너지를 키우며, 몸을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쉴 새 없이 일했다. 마침내 효과 있는 계획이 나왔고, 직접 건강의 변화를 경험하자 환자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여성들의 피로를 극복하는 데 진료의 초점을 맞췄다. 이 계획으로 효과를 본 환자가 수천 명에 달했다. 이 계획은 내 인생을 바꿨다. 당신의 인생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사명이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에너지가 모조리 고갈되기 전‐의사나 엄마가 되고 여성들의 건강을 대변하기 한참 전‐에 나는 늘 기운이 넘쳤다. 뭄바이에서 동쪽으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인도 서부의 조용한 마을 나시크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에는 그야말로 에너지 덩어리였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보살피는 마을에 살았다. 자동차도, TV도 없는 집이었지만 아파트 사람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며 행복한 대가족 같이 지냈다.
내가 5살 때 부모님은 미국에 갔고, 결국 뉴욕의 웨스트체스터라는 조용하고 나무가 울창한 교외에 자리를 잡았다. 내게 이사는 시련이었다. 문화 충격을 받고 영어를 배우느라 우왕좌왕했을 뿐만 아니라 소속감을 느낄 수도 없었다. 유행에 민감한 친구들 사이에서 헌 옷을 입고 다녀서인지, 혹은 다른 애들처럼 자동차를 타지 않고 나만 걸어서 등교해서인지 몰라도 어쨌든 나는 외로웠다. 우리 반에서 피부가 갈색인 아이는 나뿐이었다. 적응을 못 했다는 말은 순화한 표현이다. 나는 입고 다니는 옷과 배경 때문에 놀림받기 일쑤였다. 채식주의자라는 사실도 도움이 되진 않았다. 1980년대에 채식주의자라는 건 머리가 두 개 달린 것과 동급이었다. 내 채식 도시락이 불가사의하게 햄버거로 바뀌었던 날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잔인한 장난이었다).
고등학교에서 고난은 더 심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팠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당뇨병에 걸려서 온갖 당뇨병 합병증에 시달렸다. 할아버지도 당뇨병에 걸려서 60세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내 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 네 명은 모두 삼십 대 초반에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 당시 내가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다들 건강하고 날씬하신데.’ 친척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심장 전문의 삼촌이 로티 (인도의 전통 플랫 브레드) 건네며 경고했다. “당뇨병은 한 가족을 휩쓸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이 그래. 우리 모두 걸릴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확실히 물려줄 수 있어.” 삼촌이 웃었다. 그러면서 병의 심각성을 강조하듯이 덧붙였다. “우리 가족 중에 60대를 넘긴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 말은 항상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마 그 순간 처음으로 유전자가 정말 우리의 운명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자기 건강을 스스로 좌우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나는 적극적으로 당뇨병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통역사를 자처하며 할머니를 의사에게 데려갔고, 그 기회를 틈타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식단과 라이프스타일이 유전자에 대항해서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당뇨병을 공부하고, 음식으로 가장 심각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지 등을 배우면서 아버지를 기니피그 삼아 추천 식단을 몇 가지 시험했다. 아버지와 나는 연이어 과감한 식단을 시도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채식, 팔레오 paleo (원시 인류의 식단으로 가공식품을 배제한다‐옮긴이), 아유르베다 ayurveda (고대 인도 전통 의학‐옮긴이)식 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게 평생 이어 온 습관을 깨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음식과 즐겨 찾는 소울 푸드, 특히 아침에 먹는 카크라 khakhra (밀가루 전병)을 포기하는 게 특히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 말에 따라 식단을 지켰고, 결국 우리는 효과 있는 식단을 찾아냈다. 2년 동안 인슐린 투입량을 50U에서 20U 미만으로 낮췄고 체중은 14kg 가까이 감량했다! 오늘 당신이 손에 쥔 계획은 이 식단을 기반으로 형성됐다 (걱정하지 마시길. 좋아하는 음식을 다시는 못 먹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가끔은 먹을 수 있다.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인간의 몸과 음식, 유전,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신진대사도 흥미로웠다. 누구는 아무리 적게 먹어도 살이 안 빠지는데, 왜 누구는 원하는 만큼 먹고도 날씬할까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나는 이런 질문에 답하고 싶었고, 아버지의 식단을 바꿨던 경험을 떠올리며 해당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코넬 대학 영양학과에 지원했다. 여름에는 하버드 의학 전문 대학원에서 면역계가 어떻게 작용하고 오늘날 환경 오염 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배웠다. 나는 음식과 인간의 몸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뉴욕에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 다녔다. 그리고 이곳에서 미래의 남편을 만났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젊고 야심 차고, 그동안 만났던 누구보다 상냥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자였다.
의대에 다니는 동안에도 질병 예방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1년을 할애해서 심장병 위주로 연구했고, 덕분에 일하면서 연구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다듬을 수 있었다. 의대를 졸업한 후에는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의대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다. 의대에서 기력을 소진한 데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초반에는 전쟁 같은 나날이었다. 의대보다 힘들었고 긴 근무 시간을 버티는 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됐다. 게다가 보스턴은 연중 몇 달 동안 날이 일찍 어두워진다. 새벽 6시가 되기 전 캄캄할 때 출근했고, 당연히 밤에 퇴근할 때도 어두웠다. 나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체 리듬이 기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스턴의 어두운 겨울을 통해 힘들게 배웠다. 그런 보스턴의 겨울에 어떤 재미도 열정도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봄이 오면 스위치를 켜듯 에너지가 치솟곤 했다.
운 좋게도 2년 후에 컬럼비아 대학의 면역학 프로그램에 통과해서 뉴욕으로 이사했다. 당시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다시 면역학을 공부했다 (내가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임신해서 호르몬이 널을 뛰는 와중에 여성의 호르몬과 면역계를 공부하다니!). 그리고 이 경험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알레르기 분야의 임상 업무와 면역학 연구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발판이 됐다.
오랫동안 학교 공부와 연수 기간을 거친 끝에 내과와 알레르기/면역 분야 양쪽에서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그동안 받은 교육을 활용하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진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양식 의료 모델과 계속 병원을 들락거리는 환자들에게는 내 경험과 전문성이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환자들과 소통하는 건 사랑하지만, 단순히 치료를 넘어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다. 나는 병을 예방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번아웃 상태로 진료와 육아를 동시에 하느라 꼼짝도 못 하는 느낌이었다. 이 무렵 귀여운 아이가 둘이었고 남편 역시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겨우 32살이었지만 몸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일까? 난 왜 항상 죽도록 피곤할까?
에너지 고갈의 해답을 발견하다

뚜렷하진 않아도 부정할 수 없는 증상이 내 몸에서 분명히 나타났지만 내 의사들은 모두 원인을 찾지 못했다. 나는 친구들 (하버드와 컬럼비아에서 함께 수련했던 똑똑한 동료들)에게 내 컨디션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나를 멀뚱히 바라보면서 내가 ‘괜찮다’고 했다. 초보 엄마이자 이제 막 진료를 시작한 사람이 피곤한 건 ‘정상’이라며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장담했다. 무엇보다 ‘노화’가 원인일 수 있고 내 호르몬은 예전처럼 ‘활발’하진 않을 거라고도 했다. “뭐라고?! 겨우 32살인데?” 여성 잡지를 읽다가 25살이 넘으면 ‘늙었다’라는 표현을 봤을 때처럼 덜컥 겁이 났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나만 느끼진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수많은 환자와 친구, 동료가 끊이지 않는 피로와 찌뿌듯함, 우울감을 호소했다. 게다가 수면은… 제대로 자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지만 의사들은 이런 증상을 오랫동안 하찮게 취급했다. 나처럼 설명이 안 되는 증상을 무시하고 ‘초보 엄마’라서, ‘과중한 업무’나 ‘노화’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얼마나 피곤한지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해서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불평하는 것 자체가 ‘지겨웠다 (당신은 안 그런가?)’.
여성의 피로 문제를 깊이 파고들수록 에너지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신할 수 있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10%, 여성의 15%가 극심한 피로나 탈진 상태를 자주 겪는다고 보고한다. 1 18세에서 44세 사이의 여성은 극심한 피로나 탈진을 자주 느끼는 비율이 남성의 두 배에 달한다(15.7% vs 8.7%). 2 게다가 의학 연구의 역사상 여성과 여성의 의료는 늘 뒷전이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미국 국립 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는 1994년까지 여성을 연구 대상에 필수로 포함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여성들은 오랫동안 전반적으로 에너지 위기와 호르몬 불균형에 시달렸고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성의 통증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증상으로 치부됐다). 문헌에는 이런 평가를 뒷받침할 근거나 정확한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다루는 과학서는 극도로 부족하다. 이대로 계속 부당함을 설파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간 책 한 권을 채워야 한다…. 어쨌든 나는 신체적으로 지쳤고, 전통 의학과 연구에서 여성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피곤했다.
여성이 의료계에서 하찮은 취급을 받는 것도 절망적인데 소수 민족은 더 소외되기 마련이다. 꼭 소득 격차 때문은 아니다. UC 버클리의 사회 복지학과 조교수 티나 색스 Tina Sacks는 2017년 연구에서 수십 번에 걸친 심층 인터뷰 끝에 ‘대학을 졸업한 흑인 여성이 출산한 유아의 사망률은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백인 여성보다 높다 3 ’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사들은 흑인 여성의 증상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보그〉지에 따르면 4 유명인인 세리나 윌리엄스 Serena Williams가 응급 제왕 절개 수술을 받고 호흡 곤란을 일으켰는데, 의료인이 이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세리나 윌리엄스는 수술로 목숨을 건졌지만, 누군가 그녀의 염려와 증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폐색전을 제때 포착해서 큰 수술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5
문제는 호르몬과 염증, 그리고 장이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의료계가 간과하는 수많은 여성을 위해, 죽도록 피곤한 이유를 알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를 계속할수록 모든 징후는 호르몬 불균형을 가리켰다. 사실 이런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부신 피로 adrenal Fatigue’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나는 연수 시절 초기에 부신과 부신의 기능 (아드레날린, 알도스테론 aldosterone,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통하는 코르티솔 분비)을 연구했다. 하지만 의대에서 ‘부신 피로’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부신 피로는 정식 진단명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3장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나는 그 개념에 흥미를 느꼈다. 부신 피로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만성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투쟁과 도피의 경보가 울리면 부신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정상적인 기능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 속도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논문에 쓰기 좋은 두루뭉술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의학 서적에 부신 피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내 호르몬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왜 항상 피곤하겠는가? 그래서 연구를 계속한 끝에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 ‘부신 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증상은 존재한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부신 피로와는 다른, 극단적인 호르몬 불균형이었다. 나는 ‘영양’과 ‘장’, ‘호르몬 불균형’을 더욱 깊이 연구하면서 이 피로를 물리칠 식단 계획을 구상했다.
다시 한번 스스로 기니피그가 되어 연구 결과를 블로그에 기록했다. 내 이론을 시험하고, 에너지를 채울 식단 전략을 개발했다. 정신과 호르몬, 염증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과학의 이름으로 ‘레몬주스‐카옌 고추 해독’을 시도했다가 뉴욕 길거리에서 고꾸라진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대성공이었다. 올바른 배합을 찾아내서 호르몬 균형을 이뤘고 내 몸에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에너지를 자연적으로 얻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 변화를 알아차렸다. 내가 로티 같은 전통 음식이나 카주 카틀리 kaju katli (인도식 액상 버터인 기 버터와 설탕, 견과를 넣은 마름모꼴의 달콤한 디저트) 같은 간식을 끊자 가족들은 충격을 받았다. 고모들은 거의 처음으로 말을 잃었다. “디저트와 로티 없이 무슨 재미로 산다는 거니?!”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가족들은 내가 왜 이런 일상 식품을 마다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풀’만 먹고 산다며 놀렸다. 하지만 곧 기운이 넘치는 나를 보고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쌩쌩하게 달리고, 진료하러 다니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가 하면 피곤한 기색도 없이 책을 쓰거나 블로그를 썼다. 이제 아무도 단것이나 탄수화물을 권하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에는 의사 친구들과 함께 마추픽추로 여행을 갔다. 그때 매일 등산하면서, 새로 채운 에너지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처음 깨달았다. 다들 피곤해하고 멈추고 싶어 해도 나는 에너자이저 토끼처럼 멀쩡했다. 몇 년 동안 없었던 에너지가 넘쳐났다. 등산을 마치고 친구들은 내게 어떻게 헐떡대지도 않냐고 물었다. 심지어 페루의 노련한 가이드도 질문했다. “피곤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가이드로 일하면서 남자든 여자든 이렇게 수월하게 등산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잠깐만, 진짜로? 나는 생각했다. ‘땀 한 방울 안 났는데?’ 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의사로서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를 결정하는 3요소

지금쯤 당신도 궁금할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을 그토록 가뿐하게 해 줬던 계획이 뭘까? 나는 몇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리셋 계획을 개발했고, ‘도대체 왜 (Why The F*ck) 이렇게 피곤한가’라는 의미를 담아 ‘WTF 계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앞으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호르몬과 면역계, 그리고 장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자주 균형이 어그러진다. 에너지를 높이는 (그리고 다른 건강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는) 핵심은 세 가지 체계의 균형을 잡는 데 있다.
호르몬
우리 몸에는 다양한 호르몬이 신호 체계로 작용하면서 기본적인 기능을 대부분 조절한다. 여러분은 에스트로겐이나 코르티솔 (스트레스 호르몬) 같은 일반적인 호르몬에 익숙하겠지만 그 밖에도 온갖 절묘하고 복잡한 역할로 신체 기능을 매끄럽게 조절하는 호르몬이 많다.
호르몬 체계는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호르몬 고속 도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도시의 도로 체계와 비슷하다. 이 호르몬은 모두 뇌의 호르몬 신호에 반응하며 다른 호르몬 분비샘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와 연결되고, 뇌하수체는 갑상샘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부신과 난소, 혹은 고환과 연결된다.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뇌와 이어진다.
결국 ‘모든 게 연결돼 있다.’ 뉴저지 유료 도로 63번 출구에서 사고가 나면 몇 km씩 차가 밀리고 몇 시간 동안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면역계
면역계는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나 질병 같은 침입자를 막는 방어막이다. 독감이나 일반 감기와 싸울 때 이 면역계가 일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을 위협하면 면역 세포가 용감한 보병처럼 반사적으로 전투에 나선다. 이런 염증 반응이 끝나면 군인들은 다시 기지로 돌아가고 경보 체계를 꺼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수많은 이유로 응급 상황이 끝났다는 신호를 받지 못하거나, 낯선 음식이나 독소의 형태로 계속 위협이 돌아온다. 결국 ‘해로운 만성 염증 negative chronic inflammation’으로 이어지고, 이런 염증 반응은 뇌와 신체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
장 건강
장 건강은 소화관의 미생물 균형을 가리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 건강은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의 욕구부터 기분, 당연히 에너지 수준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과 장은 공생 관계를 이룬다. 호르몬은 장에 영향을 미치고, 장 세균은 호르몬을 분비하고 조절한다. 장 세균은 호르몬을 분비할 뿐만 아니라 과잉 호르몬을 조절하거나 배출을 방해하기도 한다. 소화기가 고장 나면 영양 흡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양실조를 일으키고, 위산 역류나 소화 불량, 과민 대장 증후군 등 수많은 만성 문제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세 가지 체계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작용하며 건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는 이들을 ‘에너지 3요소’라고 부른다. 하나라도 균형이 어긋나면 전반적인 불균형이 발생해서 바쁜 하루를 헤쳐 나갈 에너지를 훔쳐 간다. 한 가지 체계를 고치면 다른 두 가지도 개선된다. 에너지의 3요소가 한번 균형을 이루면 에너지는 치솟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혹은 모두) 체계의 균형이 어긋나서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고군분투하면 다른 일을 할 에너지는 줄어든다. 진이 빠지는 것이다. 그러면 심하게 피곤해질 뿐 아니라, 몸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자원도 부족해진다.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만성이 되면) 알레르기와 질병에 민감해진다. 염증과 질병, 에너지는 이런 식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이 체계를 되돌리고 호르몬을 안정화하는 한편, 에너지 3요소의 균형을 이뤄서 감염과 질병을 물리쳐야 한다.
문제는 흔한 호르몬 불균형 증상을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과 식단 변화로 쉽게 고칠 수 있다. 에너지 3요소를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염증과 호르몬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일종의 간헐적 단식으로 장 건강을 개선하고 면역계를 강화하는 식단 계획을 수립했다. 내 식단을 정비하는 한편 수면을 우선순위로 삼고 운동 루틴을 바꿨으며 스트레스 관리를 연습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간헐적 단식과 생체 리듬, 장 건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덕분에 내 경험을 과학으로 뒷받침할 수 있었다.
이 계획으로 내가 효과를 봤다면 다른 사람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생각했다. “난 왜 잠을 충분히 못 자죠?”,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그들은 피곤했고 기분이 오락가락했으며 수면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나는 WTF 계획으로 환자들을 치료했다. 영원히 잃어버린 것 같은 활력을 한 명씩 되찾기 시작했다. 이런 통합적 접근법을 진료에 활용하면서 더 널리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온라인 코칭을 제공하는 웰니스 wellness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이후로 강좌와 온라인 상담, 대면 검사 등을 통해 수천 명의 환자를 지도했다. 시행착오와 긍정적인 사례 연구를 거쳐 바쁜 현대인의 일정에 새로운 과학을 적용하는 법을 배웠다.
이 프로그램의 결과는 경이로웠다. 불안하고 피곤하고, 녹초가 됐던 사람들이 기력을 되찾고 자신감을 얻고 변화해갔다. ‘드디어 됐구나.’ 나는 생각했다. 내가 몸담고 훈련받은 지금의 의료계는 아프고 피곤하지 않게 몸을 돌보는 방법을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두 가지 전문의 자격증을 보유한 의학 박사로 오랫동안 의학을 연구했지만 날 위한 답조차 찾지 못했다! 인생을 만끽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줄 수단이 필요하다. 나는 여러분에게 바로 그것을 주려 한다.
점검
당신의 에너지 3요소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가? 빠르고 쉽게(전혀 피곤하지 않게) 직접 확인할 방법을 소개한다. 아래 다섯 가지 질문에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보자.

다 했는가? 폐경 전 여성의 점수가 20점 이하거나 남성, 폐경기 여성의 점수가 15점 이하라면 에너지 3요소를 개선해야 한다. 이건 당신을 위한 책이다. 만약 총 점수가 20점 이상 나왔다면 비결을 알려주길 바란다!
WTF 계획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먹는 음식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신진대사를 예로 들어보자. 올바른 식단은 신진대사 호르몬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을 봤는가? 감자칩을 쳐다보기만 해도 2kg씩 찌는 사람은? 대체 왜 그럴까? 흔히 사람마다 신진대사가 다르기 때문이고 신진대사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신진대사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사실 호르몬으로 조절되며, 섭취하는 음식이 호르몬의 기능을 망쳐서 결국 신진대사까지 망치기도 한다. 결국 체중계를 화장실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올바른 음식은 의사들이 ‘외인성 (외부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호르몬 보충제의 필요성을 줄여준다. 전통적이고 몸에 좋은 식단을 실천하는 건강한 여성과 남성도 피로와 체중 증가, 브레인포그 brain fog (머리가 멍한 현상‐옮긴이), 수면 장애 등 온갖 문제를 겪을 수 있지만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면 의사들은 보통 그들의 고민을 묵살한다. 대체 의학 센터에 가면 증상에 따라 외인성 호르몬을 비롯한 수많은 보충제를 처방해준다.
하지만 이런 문제도 식단으로 고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호르몬 제제나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갑자기 끊어버리지는 말자. 약물을 바꾸기 전에는 항상 의사와 먼저 상의하자).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호르몬 균형을 맞춰주는 음식을 먹고,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고 허브차를 마시면 이 연약한 시스템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식단은 호르몬뿐만 아니라 장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장이 건강과 웰니스에 얼마나 중요한지, 장 건강이 면역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제 막 깨달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아기들의 장에 있는 특정 세균은 면역계와 ‘대화’하면서 달걀이나 블루베리 같은 음식을 꼭 챙겨 먹으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어릴 때부터 면역계와 장내 세균이 소통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드러난 셈이다 6 . 면역계가 형성될 무렵에는 받아들여도 좋은 음식과 거부해야 할 낯선 음식을 판단하면서 음식 알레르기 (몸이 음식을 낯설게 느끼는 증상)가 발달한다. 음식 알레르기가 형성되는 원리를 살펴보면 장과 면역계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이 관계가 얼마나 일찍 형성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면역계와 장 세균이 평생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공격할 음식 (예: 땅콩)과 견뎌야 할 음식 (예: 채소)을 비롯해서 수없이 많은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이 과정은 자궁 속에서 시작되어 평생 계속된다. 장과 면역계, 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 체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나는 전반적인 건강에 ‘식사 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우리 몸은 제시간에 일하고 쉬어야 완벽하게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자연적인 생체 리듬 (수면과 기상 주기를 조절하며 대략 24시간마다 반복된다)에 맞춰서 활동해야 신체 자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생체 리듬에 따라 식사하면 호르몬 균형이 개선되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마 간헐적 단식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당신의 트레이너부터 자녀의 교사, 심지어 치과 의사까지 안 해본 사람이 없어 보일 정도다. 간헐적 단식은 정해진 시간에만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10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이나 8시간 (정오부터 오후 8시) 단위로 진행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많은 변형이 존재하며 다른 방식보다 나은 방식도 있다. 내가 설계한 생체 리듬 단식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자연 시계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일반적인 간헐적 단식과는 다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고, 개인의 일정에 따라 생체 리듬 단식을 적용하기 쉽거나 어려울 수 있으니 당신에게 맞는 창의적 해결책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스트레스 관리 역시 무척 중요하다. 매일 쏟아지는 스트레스는 모든 신체 부위에 영향을 주며, 마음과 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트레스는 수면을 방해하고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몸에 좋은 스트레스도 있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분비해서 에너지를 바닥낸다. WTF 계획은 음식 조절과 운동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스트레스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전통 의학에서 간과하는 몸‐마음 연결 mind‐body connection을 강화하면 (나마스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 책을 활용하는 법

당신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지금까지 같은 질문을 계속해왔을 것이다. ‘왜 나는 피곤할까?’ 어쩌면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베개에 머리를 묻을 때까지 피곤할 수도 있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수영복을 입을 엄두도 못 내고, 선글라스를 머리에 낀 채 찾으러 다니고, 좋아하는 잡지도 읽기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모든 것을 되돌릴 준비가 됐는가? 이 계획으로 나뿐만 아니라 수천 명에 달하는 여성 (수면의 질이 무척 좋아져서 이제 머릿속으로 양을 세지 않아도 잠들 수 있는 케이티도 포함이다)이 효과를 봤고, 드디어 피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나는 이 책에 에너지 3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획기적인 정보를 담았다. 읽다 보면 각 에너지 요소에서 식단과 생체 리듬 단식, 그리고 수면이라는 비슷한 해결책이 눈에 띌 것이다. 그만큼 세 가지 체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 요소 (호르몬과 면역계, 장)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지 살펴보고, 따라 하기 쉽고 실용적인 2주 계획과 함께 생체 시계에 맞춰 장 건강을 증진하고 호르몬 균형을 이루며 무엇보다 에너지를 높이는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유연하기 때문에 자로 잰 것처럼 따라 해도 되고 각자 목표와 일정에 따라 조절해도 된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더 장기적인 계획에 통합하는 방법도 제시할 것이다. 식단은 대부분 채소를 기반으로 했고 글루텐과 유제품을 제외했지만, 소화에 문제가 없으면 고기와 밀, 유제품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품질이 좋은 음식을 선택하길 바란다. 라벨을 확인해서 최대한 신선한 유기농 제품을 고르자). 내 경험상 90%는 계획대로 따르고 나머지 10%는 취향에 따라 재량을 발휘하는 쪽을 추천한다.
WTF 계획은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한다.
• 무엇을 먹을 것인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식이 섬유와 프리바이오틱을 풍부하게 섭취한다. 마늘, 아스파라거스, 아티초크와 리크 같은 프리바이오틱 채소와 청경채,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콜리플라워,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 집중한다. 하루에 6~8접시를 먹으면 호르몬 수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언제 먹을 것인가:생체 시계에 맞춰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면 (나는 ‘생체 리듬 단식’이라고 부른다)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 스트레스 줄이기: 간단한 운동을 하고, 밖으로 나가고, 전자기기를 끄고, 불안을 가라앉혀주는 차를 마신다. 그리고 잔다. 수면은 호르몬 폐색이나 불균형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수면 Sleep>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주 동안 밤에 6시간만 잔 사람들은 이틀 동안 전혀 자지 않고 밤을 새운 사람 못지않게 기능이 떨어졌다고 한다. 7 해석해달라고? 6시간 이하로 자는 건 아예 안 자는 것 못지않게 나쁘다는 뜻이다. 수면 부족은 인지와 면역계, 에너지, 장 건강을 어지럽힌다. 심지어 DNA (유전자 암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이 부족하면 후천성 변화 (유전자를 읽는 세포 능력의 변화)가 일어나서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수명이 줄어들 위험이 커진다. 그러니 유전자와 장, 뇌를 위해 웬만하면 밤에 7시간에서 9시간 정도 잘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상적으로 오후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에게 수면은 쉬운 문제가 아니며, 일주일에 2, 3일 적게 잔다고 해서 치명적이진 않다 (나도 일주일에 평균 이틀 정도는 수면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하룻밤에 6시간 이하로 자고 있다면, 지금이 몇 월이든 수면 시간 늘리기를 새해 목표로 삼길 바란다.
덧붙여, 계획 실행에 도움이 되도록 다음 내용을 고려하자.
• 운동: 어떤 운동을 할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스트레스받는 일을 하고 있고 그만큼 사는 것도 힘들다면, 스트레스가 심한 운동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크로스핏 등)은 일주일에 3회 이하로 제한해라. 일상생활에서 운동을 실천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8천~1만 보 걷기가 있다 (최대한 야외에서 하는 게 좋다). 호르몬 불균형을 조절하려면 최대한 몸에 편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보충제: ‘부신 피로’ 증상을 고쳐준다고 (같은 맥락에서 호르몬 불균형을 바로잡아준다고) 약속하는 보충제는 지양해야 하지만, 비타민 D나 오메가‐3, 그리고 아슈와간다 ashwagandha, 암라 amla berry, 홍경천 rhodiola 같은 강장제 (자연적으로 호르몬 균형을 잡아주는 허브 보충제)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천연 보충제는 고려해도 좋다. 무엇을 어떻게 섭취해야 할지 7장과 8장에서 자세히 안내할 예정이다.
올바른 방식으로 에너지 3요소에 접근하면 확실히 몸이 가뿐해진다. 그리고 금방 변화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첨단 유전체 염기 서열 분석 기술을 통해 우리 몸에 100조 개가 넘는 미생물이 존재하며 그중 다수가 장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미생물을 마이크로바이옴 micrrobiome이라고 한다. 이 미생물은 자체 DNA (장에만 330만 개가 존재한다)를 갖고 있으며 인체에 존재하는 DNA 개수 (23,000개)를 거뜬히 뛰어넘는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이 미생물을 담은 그릇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존재론적 고민은 일단 밀어두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붐비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겨우 사흘 만에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8 이렇게 단기간에 몸이 가뿐해지고 에너지를 높이는 경험을 했다면, 단순히 응급조치만 활용하지 말고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해보길 바란다.
이 계획을 2주 만에 해치우고 옛날 방식 (기존 식단)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수많은 식단 계획의 가장 큰 문제가 지속성 부족이다. 바짝 긴장해서 2주 계획, 30일 계획을 실천하고 나면 더는 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어쩔 수 없이 평소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문제도 되돌아온다. 그러면 또 30일 동안 억지로 버텨야 한다. 이렇게 주기가 반복되는 것이다. 혹시 오해할까 봐 밝혀두지만 인기 식단 계획으로 득을 본 사람도 많다. 다만 그 계획이 몇 년, 몇십 년 동안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는 지속성을 갖길 바랄 뿐이다.
WTF 계획에서는 단 2주 만에 마법이 일어난다. 2주가 지나면 삶을 바꾸는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고 되돌아온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이 계획에서는 가장 중요한 첫 2주에 집중하고 총 12주 동안 당신과 함께할 예정이며, 오랫동안 실천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얻으리라고 약속한다. 그 과정에서 각자 사정에 맞게 조절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유익한 정보와 대안, 변형 방법을 안내한다. 장을 쉬게 할 때도 일정에 따라 조절하든 선호하는 음식으로 조절하든, 이 계획은 모든 걸 ‘당신에게 맞춰 원하는 만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에너지가 2주 동안 유지됐다고 끝은 아니다. 그러면 무슨 소용인가? 그런 에너지를 1년, 5년, 1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남은 평생이라면? 내 눈에는 그게 더 좋아 보인다.
훌륭한 계획은 늘 철저한 사전 조사에서 시작한다. 나는 의사로서 환자들이 어떤 건강 프로그램을 시작하든 먼저 상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다. 당신도 미리 의사와 상의하길 바란다. 이 책에는 더 활기찬 삶을 위한 조언이 담겨 있을 뿐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진 않기 때문에, 이 방식이 의학적으로 당신의 상태에 적합한지 미리 전문가와 확인해라.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 (그 사람도 해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에너지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부터 집중력 개선, 부기 감소, 일상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건 힘들지만, 더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에 이르기까지 활기차고 건강한 몸을 찾아가는 평생의 여정에 이 책이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이제 피로를 물리칠 준비가 됐는가? 계속 읽어나가자.
1장 그래서, 호르몬이란 무엇인가


호르몬을 처음 만나다
후덥지근한 월요일에 진료실로 출근했더니 리타가 보였다. 대기실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던 리타는 머리 색이 짙은 40대 미인으로, 드물게 내 알레르기/면역 클리닉과 웰니스 클리닉을 동시에 이용하는 환자였다. 예약은 안 했지만 워낙 좋은 사람이라 흔쾌히 시간을 내기로 했다. 그날 첫 예약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진료실로 들어오게 했는데, 리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눈물을 터뜨렸다.
“샤 선생님,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요즘 저는 ‘항상’ 감정적이에요. 조금만 거슬려도 남편을 죽여버리고 싶고, 그게 아니면 아기처럼 엉엉 울며 난리가 나요. 지금처럼요. 둘째를 낳고 몇 달 뒤에 직장으로 돌아갔는데 뭘 해도 진이 빠지고 늘 피곤해요. 기분이 좀 나아질 만한 걸 처방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을까! 리타는 몇 년 동안 내게 천식 치료를 받으면서 가끔 피로와 부기, 브레인포그 등 호르몬 문제로 생각되는 증상을 보였다. 검사 결과는 항상 정상이었지만, 지금 리타를 덮친 피로와 들쭉날쭉한 기분은 전형적인 호르몬 불균형 증상이었다. 나는 일단 리타를 도와주겠다고 안심시킨 다음 검사를 통해 다른 질병일 가능성부터 배제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자 우리는 그때부터 호르몬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놈의 호르몬과 피로가 대체 무슨 상관이야?’
좋은 질문이다! 당신이 리타나 몇 년 전의 나와 비슷하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나는 둘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나서 내 증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먼저 짚어보자. 호르몬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이 용어를 생각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또래 남자애들에게 환장하고, 비뚤어진 심사에 맞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으로 통일한 십 대 초반 소녀들? 중요한 회의 도중에 안면 홍조가 생길까 봐 조마조마한 폐경기 여성? 호르몬은 오해를 많이 사는 개념이다. 우리는 호르몬의 기능을 사춘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나 생식 능력이 감소할 때처럼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호르몬의 역할

호르몬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려면 먼저 호르몬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미리 밝혀두지만 호르몬 연구는 이제 겨우 100년을 넘겼을 정도로 역사가 짧고 아직 불완전한 과학 분야다. 우리가 알아낸 사실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나는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당신을 아프게 하는 원인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려 한다. 호르몬 전문가들조차 리타와 내가 겪는 각종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설명하고 치료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HPA,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은 중추 신경계와 호르몬에 얽힌 복잡한 체계이며 전통적으로 내분비계로 불린다. 호르몬은 화학 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온몸에 퍼져 있는 전문 분비샘 (또한 지방 세포), 즉 갑상샘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갑상샘을 말한다)과 부신, 뇌하수체, 췌장, 난소, 고환에서 생성된다. 호르몬을 구성하는 물질은 콜레스테롤과 펩타이드, 아미노산이다. 호르몬은 복잡한 신체 활동을 모두 통제하고 조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필요에 따라 온종일 변동을 거듭한다. 아침에 알람을 끄는 순간 코르티솔이 솟구치면서 기상을 돕고, 밤에는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잠들도록 도와준다.
사실 호르몬은 우리 몸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거의 모든 신체 활동에 관여하며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갈 기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신진대사부터 식욕, 심박, 수면 주기, 생식 기능과 성기능, 성장과 발달, 기분과 스트레스 수준, 심지어 체온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과정을 조절한다.
현재 우리가 알기로는 뇌에서 호르몬을 언제, 어떻게 보낼지 신호를 정한다. 그다음 혈류를 타고 호르몬이 신체 곳곳으로 이동한다. 혈류는 일종의 고속 도로처럼 호르몬이 필요한 곳에 갈 수 있게 도와준다. 호르몬이 목적지에 도달하면, 세포 바깥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특정 표적 세포와 결합하여 장기와 조직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차고에 차를 주차하는 것처럼 호르몬과 수용체가 결합하면 세포나 조직이 움직이며 기능을 수행한다. 사실 ‘호르몬’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시동을 건다’라는 뜻인 호르몬 hormōn에서 유래했다. 놀랍게도 호르몬의 기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르몬은 신호를 전달한 다음 장기에서 피드백을 받는다. 이 피드백 신호는 방향을 바꿔서 뇌에 그 호르몬의 생산을 조절하거나 중단, 확대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호르몬이 균형을 이룰 때는 기름칠한 기계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면서 장기에 무엇을 언제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 기능이 정상이면 우리의 삶도 순조롭다. 하지만 혈류에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고,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섬세한 호르몬 균형, 정확히 말해서 호르몬 축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호르몬 불균형이 발생하면 우리는 금방 알아차린다. 몸이 나른하고 집중이 안 되며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둬서 심해지면 만성 질환과 체중 증가,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된 생식샘 자극 호르몬 분비 호르몬 GnRH, gonadotropin hormone‐releasing hormone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호르몬 불균형은 GnRH 분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신체 기능이 원활할 때는 GnRH도 매끄럽게 분비되지만, 운동이나 단식, 외부 사건, 해로운 음식 섭취 등 온갖 스트레스가 GnRH 분비를 교란하여 도미노처럼 온몸에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생체 리듬도 GnRH에 큰 영향을 준다).
더구나 혈류는 50가지에 달하는 호르몬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호르몬도 많으리라 확신한다)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온몸에 운반하기 때문에, 한 가지 호르몬이 불균형하면 다른 호르몬에도 영향을 준다. 어떻게? 모든 호르몬은 진입로와 출구가 있는 번잡한 고속 도로를 지나다닌다. 뇌의 호르몬 신호에 반응해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다른 호르몬 분비샘의 영향을 받아 길을 바꾸기도 한다. 이 모든 건 고속 도로의 매끄러운 흐름에 달렸다.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면 그저 바쁜 생활이 완벽하게 이어질 뿐이다.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길이 막히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고속 도로 전체가 영향을 받아서 시스템 전체가 망가진다. 그러면 우리는 기운이 빠지고 계속 낮잠을 자고 싶어진다. 몸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과로하고, 당장 필요한 곳으로 에너지를 보내다 보니 피곤해질 뿐만 아니라 위축되고, 짜증 나고, 정신이 없고, 계속 뒤처지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오랫동안 영향을 받았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건강이 위태로워진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아내려고 의사를 찾아갈 때쯤엔 최초의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전통적인 의학 교육 체계에서는 미래의 의사들에게 이런 호르몬 축과 에너지 수준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가르치지 않지만, 우리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이 관계가 핵심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의사는 이 관계를 알아차리더라도 특정 호르몬 불균형을 피로의 원인으로 따로 떼어낼 것이다. 서로 얽혀 있는 전체 호르몬 체계의 관계성을 무시하고, 여러 호르몬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호르몬 체계에서 에너지를 생성하고 유지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고장 날 수 있는 호르몬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에너지를 심하게 착취하고, 나른하고 몽롱하고 자신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호르몬에 집중하려 한다. 여성의 경우 코르티솔과 에스트로겐이 가장 보편적인 범인이지만 인슐린과 갑상샘 호르몬도 활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호르몬 고속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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