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는 휴식 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휴식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휴식을 취하는건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미루어두는 게으름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박혀있다는 느낌... 그런데 그런 한국적인 인식이 여전히 나에게도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늘 바쁘게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열심히 사는게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사회다. 그래서 24시간 영업하는 업종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런 24시간의 라이프 스타일이 주는 쉼없는 일상들속에서, 쉼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한국사회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도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더 많은것을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한국사회.... 살면서 일에 너무 많은시간들을 소비하고, 또 그렇게 하도록 사회의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이제는 쉬어가는 시간도 가질수 있는 한국사회 시스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사회의 시스템이 변경되려면, 사회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출산율 0에 가까워는 한국사회의 문제도 기본적으로 제도가 변해야 한다.먼저, 정시출근, 정시퇴근제..... 업무시간 이후에는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건 정부에서 법적으로 시행하도록 유도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외근무 제한하고 업무량이 넘ㅣ치면 인력을 보강해주고 업무의 효울성을 높ㅣ던가, 업무량을 분산해주던가...
그리고 젊은이들이 아이들 양육과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수있도록 도와주려면, 출,퇴근 시간부터 엄수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 보육시설비 지원제도, 아이들을 퇴근후에 픽업할수있도록 저녁 6시까지는 맡아주는 탁아소 제도가 정착되고... 아무튼 요점은 여성들이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남성들의 도움을 받아서 여성들의 가사노동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게다가 출산일 3개월 전부터 출산후 1년동안 양육하며 쉴수있는 법정휴가를 제공하고 그동안 60%의 임금이든, 70%의 임금을 회사에서든, 정부에서든 실업급여를 통해서 지불해주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여성의 노동환경과 주거환경을 바꾸어 주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또 한가지는 일년에 휴가 일주일 밖에 주지 않는데..그것도 최소한 2주에서 근무연한에 따라 휴가일수를 늘려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그러지 않고서는 한국사람들이 쉴 기회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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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왜 쉬어도 피곤한가?
문득 어린 시절의 무더웠던 여름날이 기억납니다.
아버지가 무려 20리 (약 7.8㎞)고갯길 너머로 저를 심부름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단지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서였죠. 뙤약볕 아래 심부름을 마치고 온몸이 땀에 젖어 돌아왔지만, 그날따라 친구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아픈 것은 참아도 심심한 것은 견딜 수가 없었던 저는 애타게 친구들을 찾아 헤맸죠. 하지만 이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미국에 있는 동생들과도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공짜로.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과학 문명에 대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과학 덕분에 절약된 시간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생산적이고 보람찰까요?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사람의 노동을 대신해줄 기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도 왠지 할 일은 늘어나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낯선 기기에 둘러싸여 긴장 속에서 살아가느라 우리의 뇌는 나날이 피로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우리를 노예로 삼아버렸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그렇죠. 이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삽니다. 잠시라도 손에서 눈에서 멀어지면 마치 우주가 정지한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 불안해합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돌린 순간, 세상은 저만치 앞서 나가고 나만 중요한 뭔가를 놓친 기분입니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의 노예나 다름없죠. 뇌 과학은 이런 상태에 ‘습관성’ 또는 ‘중독’이라는 끔찍한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그렇다면 왜 ‘휴식’일까요?
요즘 사람들은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어도 잡생각과 근심 걱정,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하다고 하소연합니다. 그 원인이 육체의 피로가 아닌 ‘뇌 피로’ 때문이라는 것이 최근 뇌 과학자들의 생각입니다. 뇌 피로를 풀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뇌 피로에 주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임박한 4차 산업혁명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선진국에서 만들어놓은 것에 우리의 기민성, 응용성, 근면성을 더해 중진국 최상위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방이 우리의 생존력이었죠.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바로 ‘창의력’입니다. 그런데 뇌가 피로에 빠지면 창의성은 결코 발휘되지 못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뇌 피로로 인한 각종 질환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 11년간 힐리언스 선마을 (강원도 홍천 종자산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웰니스 센터. 이시형 박사는 선마을의 촌장으로 있으며, 선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웰니스 관광 25’에 선정되었다)을 운영하며 뼈저리게 경험한 아픈 현실입니다. 선마을을 다녀간 상당수의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뇌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뇌 피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제대로 인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만 쉬면 모든 피로가 회복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피로를 덮어버림으로써 은밀히 피로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뇌 피로에는, 육체적 피로 회복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과학적인 휴식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선마을을 11년간 이끌며 수많은 피로의 유형을 보고, 휴식법을 고안해온 저와 제 동료들이 함께 연구한 ‘최고의 뇌 휴식법’을 담아낸 결과물입니다.
본론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뇌의 피로 회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수면 하나만 놓고 볼 때도, 무조건 수면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첫 잠 90분’이 중요하며, 잠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뇌 피로 회복에 더 좋습니다.
영양학적으로도 피로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나 약품보다 오히려 우리가 즐겨 먹는 닭 가슴살에 다량 함유된 성분이 뇌의 피로에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밖에도 스트레스로 흥분된 몸 상태를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 모드로 바꾸는 최신 명상법과 함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뇌 피로 회복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원도 홍천 산자락에 자리한 선마을에서 깨달은 자연치유의 힘을 이 책에도 빼놓지 않고 적었습니다.
아직 ‘뇌 피로’의 개념에 대해 생소할 무렵이었던 2013년에 졸저 《뇌력혁명》을 펴내고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 뇌에 관한 최신 학설을 소개하려 노력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뇌 과학 앞에 이제는 ‘최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뿐입니다. 날이 갈수록 전 세계적으로 뇌 피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다루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피로 사회로 통칭되는 한국은 정작 뇌 피로 문제에서만큼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뇌 피로에 관심을 쏟을 여력도 없어 보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대학과 민간 영역에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그 연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뇌 피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새롭게 깨닫고, 뇌 피로를 예방·극복함으로써 각종 생활습관병을 이겨내길 바랍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선마을과 세로토닌문화 스태프의 노고가 컸습니다. 그리고 자료 수집에서 원고 검토까지 함께 뜻을 해준 뇌피로연구 회원들과 더운 여름날 자료 정리에 구슬땀을 흘려준 연구원들의 노고도 기억할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에도 선마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의 후의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염을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바로 졸저를 감수해준 우리나라 뇌 과학계의 권위자 서유헌 교수입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수정해줘서 한결 잘 다듬어진 책이 되었습니다.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장으로 바쁜 가운데도 귀한 시간을 내어줘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8년 3월 선마을에서
이시형
책을 먼저 읽고
뇌 과학의 선구자가 전하는
‘뇌 휴식’ 처방서
이시형 교수는 정신과 전문임상의로서 뇌 과학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분이다. 현역 시절, 지금의 강북 삼성병원에서 뇌 과학 강의를 시리즈로 기획하고, 본인을 초빙해 강연을 할 정도로 뇌 과학에 대단히 선구안적인 열정을 지녔다.
최근에 들어서야 정신과 수업을 받을 때 뇌 과학이 필수가 되었지만, 1960~1970년대 정신분석학이 정신과의 주류였을 때도 이시형 교수는 꾸준히 뇌 과학 분야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책은 대중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 그 책들도 뇌 과학을 기반으로 임상의학을 접목시킨 융합서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설립해 운영하는 세로토닌 건강캠프와 세로토닌문화의 바탕 역시 뇌 과학이다.
이시형 교수는 낯설고 어려운 뇌 과학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 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수천 겹의 베일에 싸인 뇌 과학에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출간한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역시 뇌 과학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많은 학자들의 선행 연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뇌 피로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뇌 피로를 예방하여 진정한 휴식을 찾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를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설득력 있게 쓰고 있다.
이런 유용한 작업에 감수자로서 함께하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사실 감수라기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연구한 시간이어서 내게도 참으로 유익했다. 여든 중반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대작을 내놓는 저자의 끝없는 학구열에 존경을 표하면서 감수의 변을 마치고자 한다.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장
서유헌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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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왜 쉬어도 피곤한가?
책을 먼저 읽고
뇌 과학의 선구자가 전하는 ‘뇌 휴식’ 처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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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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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휴식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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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파괴자, 뇌 피로
한국은 왜 피로 사회가 되었나?
선마을을 찾은 ‘뇌 피로’ 환자들
그냥 쉬지 말고, 과학적으로 쉬어라
미래를 바꾸는 휴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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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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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피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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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아요
뇌의 암흑 에너지 DMN
DMN을 통제하는 완벽한 방법
피로하거나 피로를 숨기거나
일을 많이 할수록 몸에서 벌어지는 일
자연에서 멀어진 사람들
체크할 것! 15가지 피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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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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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피로를 읽는 7단계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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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뇌의 경고 메시지를
지겹다 지친다 졸립다
감기가 안 떨어진다면
데스크 워커의 고질병, 안정피로
우울하다면 뇌가 문제다
당신은 뇌 피로 성격인가?
뇌 피로를 스캔하는 4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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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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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휴식의 스위치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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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마을 11년을 이끌며 깨달은 뇌 회복법
수면
첫 잠 90분의 힘
식사와 영양
철새가 지치지 않는 이유
운동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호흡과 명상
미국은 왜 마인드풀니스에 열광할까?
긍정 리셋
뇌는 몸을 지배한다
전두엽 조절력
원초적 감정을 관리하라
피로 컨트롤력
피로를 막는 9계명
자율신경 단련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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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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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몸과 뇌를 만드는 휴식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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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깊숙이 힐링하라
자율신경을 조율하는 주문 ‘천천히’
세로토닌-옥시토신 이펙트
웃음보다 6배 강한 치유법
뇌가 좋아한다! 감성 여행 40
선비처럼 살아라
가치관이 뇌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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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앞으로는 뇌의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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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파괴자,
뇌 피로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을 살펴보면 정말 살풍경하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승객의 절반이 자거나 졸고 있다. 축 늘어진 어깨를 보면 다들 등에 보이지 않은 무거운 짐을 하나씩 얹고 있는 듯하다. 저렇게 피로에 지친 몸으로 오늘 하루 어떻게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낼지, 아니 무사히 넘길지 걱정스럽다.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피로를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무척 중요한 문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밤낮없이 죽어라 달려왔다.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에 휴일도 없는 강행군을 반복했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고속 성장에는 어두운 이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마치 우물쭈물하다가는 박물관에 박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고 있는 듯 모두가 달렸다. ‘빨리빨리 문화’는 이런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자연발생으로 생겨난 한국 사회 특유의 부산물인 셈이다.
업무 시간도 부족해서 야근을 일삼고, 긴장 상태를 만드는 교감신경 (심장을 강하고 빠르게 수축시키고 혈관 수축, 동공 확대 등의 작용을 하는 신경)우위의 생활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홍수처럼 우리를 덮쳤다.
몸이 이러할진대 뇌는 어떠하랴.
잠시도 쉬지 않고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느라 우리의 뇌는 늘 피로에 찌들어 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IT 기기를 통해 하루 종일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뇌는 완전히 그로기 (groggy, 권투에서 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일)상태로 몰린 지 오래다.
뇌에 적색경보가 울리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나 뇌의 피로를 높이는 몇몇 요인이 있다.
우선 ‘나이에 따른 위기감’이다.
나이에 따라 피로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중년에 접어들면 뇌 피로도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카를 융은 인생의 전환기인 마흔 즈음을 ‘인생의 정오 正午’라 명명했다. 실제로 우리는 마흔 즈음, 인생의 전반기를 되돌아보며 인생의 후반기를 신중하게 계획한다. 이때 현실과의 갈등이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발달심리학에는 이 시기에 겪는 각종 위기를 ‘중년기의 위기’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한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위기와 갱년기라는 생리적 변화까지 겹쳐 뇌의 피로도가 현저히 높아지는 시기다.
둘째는 ‘직업 스트레스’다.
직업에 따라 뇌 피로의 정도가 달라진다. 그동안 선마을을 방문한 이들을 조사해보니 교사와 공무원, 간호사, IT 업계 직업군이 유독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중에서도 현재 250개 중학교에서 실행 중인 ‘세로토닌 드럼클럽’ 덕분에 교사들을 면밀히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교사들의 뇌 피로는 꽤 심각해 심히 걱정스러웠다. 학과 지도는 물론이고, 학부모의 압력,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정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중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그야말로 매일이 전쟁이라 뇌 피로가 극심했다.
셋째는 ‘급격한 사회 변화’다.
저출산과 인구 절벽, 초고령 사회 진입,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구화 등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사회 변화에 우리는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겪는 뇌 피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고독사’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1인 가구가 520만에 육박하는 오늘날 혼자 살다가 혼자 죽어가는 고독사가 드물지 않은 현상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인간의 원초적인 군집 본능이 결핍된 고독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넷째는 ‘국제화 스트레스’다.
국제화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그만큼 국제화에는 수많은 스트레스가 수반된다. 가령 영어 콤플렉스가 그렇다. 영어를 못하면 무능력하다는 인식, 실제로 영어 점수가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입사와 업무 능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뇌 피로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날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환경 변화, 안보, 외교, 무역 등 국제화에 수반된 전 세계적 문제들 역시 우리의 뇌를 피로하게 하는 원인이다.
이처럼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뇌가 예민하거나 취약한 사람은 이런 사회 환경에서 온전할 수가 없다. 마치 적색경보가 울리듯, 지금 우리 뇌에서는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한국인이 유독 뇌 피로에
취약한 이유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뇌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침 일찍 알람 소리에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다. ‘학교에, 회사에 늦으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억지로 일어나 밤새 굳었던 몸을 이완할 시간조차 없이 세수를 하고 허겁지겁 아침을 먹은 다음 집을 나서기 바쁘다. 이처럼 아침마다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당연히 여유로운 아침 시간은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아침에만 바쁜가? 일터는 더하다. 그야말로 전쟁터다. 출근 시간의 분주함은 맛보기일 뿐이다. 하루 종일 ‘빨리빨리’ 돌아가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정신없이 달려야 한다. ‘빨리빨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심해져만 가는 한국인의 불치병이다.
굳이 병이라고 강조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의학적으로 건강이란 ‘양질의 혈액이 세포 하나하나에 충분히 돌아가는 상태’를 말하고, 병이란 ‘혈액의 질과 흐름이 나빠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교감신경의 흥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 위장, 내장기관에 문제가 생기고, 혈관 수축으로 혈액의 질과 혈류가 나빠진다.
다음 그림, 화난 사람의 몸 상태를 보자.
우리가 바쁘게 움직이고 시간에 쫓길수록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고,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스트레스를 인지한다. 스트레스 경로 (검은 선)를 따라가면, 스트레스가 부교감신경 경로 (실선)와 교감신경 경로 (점선)에 맞닿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신경은 평소에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 우위가 되고, 이런 불균형이 장기화되면 내장기관에 영향을 미쳐 결국 병으로 진행된다.
물론 화를 낸다고, 서두른다고 당장 병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흥분 상태가 꾸준히 지속되면 멀지 않은 장래에 뇌 피로가 쌓여 건강을 잃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당뇨와 고혈압, 암 같은 되돌리기 어려운 병에 걸릴 수 있다.
화난 사람의 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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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인이 바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한가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바쁜 현대인의 삶이 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위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뒤에서 다시 강조하겠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뜨리려면 ‘천천히 여유롭게’라는 만트라 (mantra, 진리의 말이란 뜻으로 ‘영적 또는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지는 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어야 한다. 대영사전에까지 등재된 ‘pali pali (빨리빨리)’라는 한국인 특유의 조급증이 사라져야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창피하게도, 외국의 석학들은 이런 국민병을 두고 보는 한국의 의사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혀를 내두른다.
뇌는 이도저도 아닌 일을
싫어한다
혹시 보리밭 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보리밭을 매는 모습을 보면 일을 하는 풍경인데도 바쁘다는 느낌보다는 한가해 보인다. 여럿이 밭고랑에 줄지어 앉아 일을 하면서 웃다가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신세타령을 하기 일쑤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참을 먹고 아기 젖도 먹이고 한숨 낮잠을 자기도 한다. 일을 하는지 소풍을 나온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긴 농사일이 집중해서 단번에 매듭지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다들 적당히 하고 질질 끄는 면도 있다.
수십 년간 도시화와 기계화로 이제는 직접 논밭을 매는 풍경을 보기는 드물어졌지만, 유전자에 각인된 탓일까? 직장인으로 탈바꿈한 대다수의 한국인이 여전히 보리밭 매던 농경 시대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는 듯하다. 일과 여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일을 붙잡고 늘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바쁘게 쫓기듯 일하지만, 정작 일의 효율성은 그리 높지 못하다.
반면 서구인은 일과 놀이를 엄격히 구분한다. 일하는 동안에는 전력을 다해 일만 하고, 잠깐의 쉬는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대화를 즐긴다.
그렇다면 둘 중에 뇌 과학적으로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당연히 일과 휴식을 명확히 구분 짓는 쪽이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상태는 언뜻 여유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뇌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 우리의 뇌는 이도저도 아닌 일을 무척 싫어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 뇌를 조율해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최신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의식적으로 집중할 때만큼이나 멍하게 있는 동안에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2장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그런데도 잔업과 야근이 일상인 우리 사무실의 풍경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근무 시간에 집중해 깔끔하게 업무를 끝내고 정시 퇴근하는 서구의 직장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바쁜 만큼 생산성도 높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3.8달러 (2018년 3월 기준 약 3만 6,000원)로, OECD 35개국 중 하위권인 28위에 머물러 있다. 1위를 차지한 룩셈부르크 (82.5달러)와 OECD 평균 (46.7달러)에 비해 현격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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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피로 사회가 되었나?
여기서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겠다. 우리 뇌는 50여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데,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한마디로 쾌락 호르몬이다. 그러나 중독성이 있는 위험한 호르몬이기도 하다. 열심히 일을 해서 보상이 돌아오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업무에 열중하면 상사에게 칭찬을 듣고, 덩달아 실적도 오르고, 그 재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신이 나서 더 하고 싶다는 의욕이 넘친다. 이런 이유로 도파민을 의욕 호르몬이라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도파민은 끝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 큰 것,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끝없이 원한다. 채울수록 높아져만 가는 인간의 욕망 역시 도파민 때문이다.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이 안 되면 즉각 불평,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런 상태를 뇌가 좋아할 리 없다.
브레이크 없는
도파민 사회
한국인의 하루는 더 큰 자극을 쫓고, 욕망을 채우는 일의 반복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성공하고 승진하기 위해,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짜릿한 승부욕과 성취감에 매몰돼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억지로 야근을 종용하는 회사도 있지만, 동료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일부러 자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빨리빨리 성공해 벌어들인 돈은 또 그만큼의 만족을 위해 쓰인다.
백화점을 가보라.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비싼 옷이 즐비하다. 직장에서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을 버는 젊은이들이 카드로 명품을 구입하기 바쁘다. 먹는 것은 또 어떤가? 한 끼에 10만 원이 넘는 스시집이나 레스토랑에 손님이 넘쳐난다. 가격이 싸면 싫어해서 일부러라도 값을 올린다는 주방장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아파트는 또 어떤가?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면 지방 도시의 아파트 열 채를 살 수도 있다니,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든 성공해서 강남에 입성하기 위해, 한 채의 아파트를 가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고 있다. 그야말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그것도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에 올라탄 채 신나게 내달리는 꼴이다.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른 채.
[출처] [책]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작성자 게이 라이프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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