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자료들이 한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볼수있는 지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에 대한 자료들을 참조할때는 어떤방식으로든 성장배경을 제대로 들여다 보는 능력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는것을 알게 해주었다. 세상살이에서 금수저와 흙수저의 가장 커다란 차이는 극명하게 다른 공평하지 않은 기회를 가진다는점이다. 그래서 기회를 많이 가진 금수저들이 더많은것을 성취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래서 금수저와 흙수저가 똑같은 성취를 이루어 냈다면, 흙수저가 열악한 상황에서 만들어낸 성취라는점에서 흙수저인 사람이 훨씬 많은 성장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HIDDEN POTENTIAL
차례
들어가는 말_콘크리트에서 장미 키우기
1부 _ 품성 기량 더 멀리 도약하게 하는 힘
1장 불편함의 피조물
학습이라는 참기 어려운 어색함 받아들이기
2장 인간 스펀지
흡수하고 적응하는 역량 구축하기
3장 불완전주의자
결함과 무결함 사이의 최적점 찾기
2부 _ 동기를 유발하는 임시 구조물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 극복하기
4장 계획적인 놀이와 휴식
일상에 열정 불어넣기
5장 정체기에서 벗어나기
진전을 향해 에둘러 가는 길
6장 중력 거스르기
혼자 힘으로 나는 기술
3부 _ 기회를 만드는 체제 기회의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기
7장 모든 아이가 앞서가는 사회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학교 설계하기
8장 황금 캐기
팀에서 집단 지성 발굴하기
9장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
숨은 잠재력을 지닌 인재 발견하기
나가는 말_먼 길 가기
숨은 잠재력을 실현하는 효과적인 행동 지침
감사의 말
주
들어가는 말 콘크리트에서 장미 키우기
콘크리트 틈새에서 자란 장미 이야기를 들어봤나? 1
자연의 법칙이 틀렸음을 증명한 장미 말이다.
발 없이 걷는 법을 터득한 장미 말이다.
꿈을 잃지 않음으로써 신선한 공기로 숨 쉬는 법을 터득한 장미 말이다.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 (The Rose that Grew from Concrete)》, 투팍 샤커 (Tupac Shakur) •
• 1996년 25세 나이로 요절한 미국의 힙합 아이콘이자 전설적인 레퍼로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는 친구들이 그의 글을 모아 펴낸 유고 시집이다-옮긴이
1991년 봄 어느 쌀쌀한 주말, 미국에서 가장 두뇌가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젊은이들이 디트로이트시 외곽에 있는 한 호텔에 모였다. 학생들이 지정된 좌석을 찾아가면서 웅성거리는 소리로 행사장이 울렸다. 체스 게임에 쓰는 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하자 행사장은 침묵에 빠졌다. 시계를 멈추는 버튼을 누를 때 나는 딸깍, 딸깍, 딸깍 소리만 들렸다. 흑색과 백색의 정사각형이 줄지어 있는 체스판으로 모두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전국 중등학교 체스 선수권 경기였다.
최근 몇 년간 이 토너먼트는 명문 사립학교와 매그닛 스쿨 (magnet school, 수학, 과학, 예술 등에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일종의 공립 특목고로, 1960년대 말 소수인종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옮긴이)이 휩쓸어왔다. 그런 학교들은 체스를 학교 교과 과정의 일환으로 만들 재원이 있었다. 선수권 지위를 방어하는 학교는 명문 달튼 (Dalton) 스쿨로서, 세 차례 연속 전국 우승을 한 뉴욕시의 엘리트 사립학교였다.
달튼 스쿨은 올림픽 훈련 센터에 맞먹는 체스 훈련 시설을 구축했다. 유치원생은 한 학기 동안 체스를 배우고, 초등학교 1학년은 한 학생도 빠짐없이 1년 동안 체스를 연구했다.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체스 선생들로부터 수업 전과 방과 후에 지도를 받았다. 달튼 스쿨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학생은 신동 (神童) 조슈아 웨이츠킨 (Joshua Waitzkin)으로서, 그의 삶을 토대로 2년 후 제작된 영화 <위대한 승부 (Searching for Bobby Fischer)>는 흥행에도 성공했다. 웨이츠킨과 또 다른 스타 선수는 그해 출전하지 않았지만 달튼 스쿨은 여전히 막강한 팀이었다.
아무도 레이징 룩스 (Raging Rooks) 2팀이 경쟁 상대가 되리라고 보지 않았다. 레이징 룩스 선수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호텔로 들어서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은 부유한 명문 사립학교 소속의 백인 학생들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레이징 룩스 선수들은 흑인 여섯 명, 히스패닉 한 명, 아시아계 미국인 한 명 등 빈곤층 유색인종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대부분이 한부모 가정에서 달튼 스쿨의 학비보다도 적은 소득으로 엄마, 이모, 또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레이징 룩스팀은 뉴욕시 할렘 (Harlem) 지역의 공립 중등학교인 JHS 43학군 소속의 8학년과 9학년이었다. 달튼 스쿨의 경쟁자들과는 달리 그들은 10년 동안 체스 훈련을 받지도 않았고 출전 경력도 화려하지 않았다. 6학년에 가서야 체스를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도 있었다. 팀의 주장 케이존 헨리 (Kasaun Henry)는 열두 살 때 체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공원에서 마약 매매상을 상대로 체스를 연습했다.
전국 대회에 출전한 체스팀은 최고 점수를 유지하고 나머지 점수는 버린다. 달튼 스쿨처럼 규모가 큰 팀은 최대 6개의 점수를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레이징 룩스팀은 가까스로 출전에 필요한 선수 수만을 보유했고 따라서 버릴 점수가 없었다. 실수할 여지가 없었다. 우승할 가능성이라도 엿보려면 팀원 전원이 하나같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했다.
레이징 룩스팀은 출발이 좋았다.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상대방을 수백 점 앞섰다. 나머지 팀원들도 분발해 훨씬 경험이 많은 적을 외통수로 몰아넣었다. 레이징 룩스팀은 출전한 63팀 가운데 3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레이징 룩스팀은 경험이 일천했지만 비밀병기가 있었다. 그들의 코치는 모리스 애슐리 (Maurice Ashley)라는 젊은 체스 마스터 (Chess Master)였다. 20대 중반의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인 애슐리는 피부색이 짙은 아이들은 똑똑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재능은 골고루 주어지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이 못 보고 지나치는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그는 콘크리트에서 장미를 키우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애슐리는 준결승전에서 자기 팀이 뒤처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경기를 리드하던 주장 헨리는 큰 실수를 했고 가까스로 무승부에 그쳤다. 또 다른 선수는 승리를 눈앞에 두고 상대방에게 그의 퀸 (Queen)을 빼앗기면서 패했다. 그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경기장을 뛰쳐나갔다. 한 경기는 시작부터 엉망진창이어서 애슐리는 경기장을 나와버렸다. 끔찍해서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준결승전이 끝나갈 무렵 레이징 룩스팀은 3위에서 5위로 밀려난 채 결승에 올랐다.
애슐리는 코치로서 팀원들에게 오로지 판단만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결과는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따라잡으려면 레이징 룩스팀은 남은 네 경기를 모두 이기고 순위가 높은 팀들은 져야 했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레이징 룩스팀은 이제 전국 최고의 체스팀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체스 토너먼트에서 꼭 우승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기대치를 산산조각 냈기 때문이다.
체스는 천재들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의 젊은 선수들은 수열을 암기하고 신속하게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여러 수를 미리 내다보는 두뇌를 지닌 신동들이다. 우승할 체스팀을 꾸리고 싶다면 달튼 스쿨처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신동들을 모집해 어렸을 때부터 집중 훈련을 시키면 된다.
하지만 애슐리는 정반대로 했다. 그는 체스에 관심이 있고 훈련받을 여유가 있는 중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대부분 학업에서 학점 B를 받는 학생들로서 체스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 선택된 아이들은 아니었다. “우리 팀에는 스타가 없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그러나 결승전이 진행되면서 레이징 룩스팀은 자기 자리를 지켜냈다. 두 선수는 상대방 선수를 외통수에 몰아넣는 개가를 올렸고, 헨리는 훨씬 급수가 높은 적수를 상대로 끈질기게 버텼다. 하지만 그가 역전승을 거둔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리라는 사실을 레이징 룩스팀은 알고 있었다. 결승전의 첫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잠시 후 애슐리는 복도 끝에서 누군가 고함을 치는 소리를 들었다. “애슐리! 애슐리!” 공방이 지루하게 계속된 종반전에서 헨리가 예상을 뒤엎고 달튼 스쿨의 최고 선수를 무찔렀다. 앞서가던 팀들이 무너지고 레이징 룩스팀이 공동 1위가 될 길이 열리자 모두가 놀라워했다. 레이징 룩스 선수들은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고, 껴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겨우 2년 만에 할렘 빈민가 출신 아이들은 초보자에서 전국 체스 챔피언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점은 약자가 이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이긴 이유다.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과정에서 그들은 체스 선수권 우승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게 된다.
누구든 숨은 잠재력이 있다. 이 책은 그 잠재력을 실현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위대함은 대개 타고나는 것이지 길러지는 게 아니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학업 성취도가 우수한 학생들, 타고난 운동선수들, 음악 신동들을 찬양한다. 그러나 신동이 아니어도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 모두 어떻게 하면 대단한 성과를 올리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게 내가 이 책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다.
나는 조직심리학자로서 개개인의 발전을 촉진하는 힘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내가 터득한 사실들은 우리 각자에 숨은 잠재력에 대해 여러분이 지닌 근본적인 가정들을 정면으로 반박할지도 모른다.
한 기념비적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은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 운동선수들이 지닌 이례적인 재능의 근원을 조사하는 데 착수했다. 3 그들은 구겐하임 미술상을 받은 조각가들, 세계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 수상 경력이 화려한 수학자들, 선도적인 신경과학 연구자들, 올림픽 수영선수들, 세계적인 테니스선수들 120명 (그리고 그들의 부모, 교사, 코치들)에 대한 심도 있는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 가운데 신동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조각가들 가운데 그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미술 교사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여긴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홉 살이 되기 전에 굵직한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가 몇 명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저 본인의 형제자매나 이웃집 아이와 비교해 재능이 있는 정도에 그쳤다. 수학자와 신경과학자는 대체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업 성적이 우수했지만, 같은 학년의 다른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수영선수들 가운데 일찍이 기록을 세운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지방 대회에서 우승했을 뿐 지역이나 전국 선수권 대회 우승은 아니었다. 그리고 테니스선수들은 대부분 첫 토너먼트의 첫 시합에서 패했고 수년이 지나서야 지방에서 최고 선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코치의 눈에 띈 이유는 남다른 재능이 아니라 남다른 동기 유발 때문이었다. 그들의 동기는 고정된 게 아니었다. 코치나 교사가 배우는 데 재미를 느끼게 만들면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세상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배울 수 있다. 적절한 학습 조건만 조성된다면…”이라고 한 저명한 심리학자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에는 학습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증거도 나왔다. 수학, 과학, 또는 외국어의 새로운 개념을 터득하려면 보통 7~8차례 연습이 필요하다. 이 횟수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의 학생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단 몇 차례 연습만으로도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학습 속도가 빠른 게 아니다 (그들은 또래 동급생들과 똑같은 속도로 기량이 개선되었다). 4 그들을 나머지 학생들과 변별하는 요인은 첫 연습 때 더 많은 초보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관련 자료를 파악하고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 학생들도 있고, 부모에게 어릴 때 배웠거나 어깨너머로 배운 학생들도 있다. 타고난 능력의 차이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기회와 동기 유발의 차이인 경우가 흔했다.

우리는 잠재력을 가늠할 때 출발점 (바로 눈에 보이는 능력)에 집중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한다. 타고난 재능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5 우리는 가장 전도유망한 이들은 첫눈에 두드러지는 이들이라고 넘겨짚는다. 그러나 성취도가 높은 이들이 어릴 때 보이는 재능은 천차만별이다. 아주 어렸을 때 보인 재능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많은 이들의 잠재력은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게 된다.
출발점을 토대로 종착점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적절한 기회와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되면 누구든 대단한 성취를 이룰 기량을 지니게 된다. 잠재력은 출발점이 아니라 얼마나 멀리까지 가느냐다. 따라서 출발점보다는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에 좀 더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신동으로 혜성처럼 나타나 세상을 휩쓰는 모차르트 (Mozart) 같은 이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서서히 부상하는 대기만성형 바흐 (Bach) 같은 이가 더 많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초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게 아니라 대부분 가정 교육을 통해 재능을 기른다.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는 특이한 재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대체로 성장 환경과 양육의 산물로서 길러진다.
양육의 중요성을 무시하면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영역과 터득 가능한 재능의 범위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제약을 가하게 된다. 안락한 지대를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타진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다른 이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보지 못하고 기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된다. 그들이 위대한 성취를 누릴 기회를 세상이 박탈해버리게 된다.
자신이 지닌 장점을 초월해야 잠재력을 실현하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전은 탁월함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지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성취다. 더 나아지는 능력을 개선하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은 야망이 아니라 열망을 논하는 책이다. 시카고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애그니스 칼라드 (Agnes Callard)가 강조했듯이, 야망은 당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다. 6 열망은 당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많은 직함을 얻고, 얼마나 많은 상을 받는지가 관건이 아니다. 그처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들은 개개인의 발전을 가늠하기에는 형편없는 대용품이다.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성장하려면 마음가짐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성장은 우리가 보통 간과하는 기량의 묶음과 더불어 시작된다.
진짜 중요한 것
레이징 룩스가 할렘에서 체스를 배우던 1980년대 말 무렵, 테네시주는 대담한 실험에 착수했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79개 학교에서 학생 1만 1,000여 명을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무작위로 서로 다른 학급에 배정했다. 본래 취지는 소규모 학급이 학습 효과가 더 나은지 알아보는 게 목적이었다. 학생과 교사 모두 무작위로 학급에 배정되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라즈 체티 (Raj Chetty)는 나중에 이 데이터를 분석해 학급의 규모 외에 다른 특징들도 차이를 만드는지 알아냈다.
체티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맥아더 펠로십 [선정 과정이 까다로워 ‘천재상(Genius Grant)’으로도 불리며 미국에서는 노벨상에 비견된다-옮긴이] 수상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탁월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보다 훨씬 타고난 재능에 덜 의존한다.
테네시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체티는 학생의 유치원 교사가 누구였는지만 보고도 그 학생이 성인으로서 성공할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 경험이 많은 유치원 교사에게 배운 학생은 7 25세가 될 무렵, 또래 집단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체티와 동료 연구자들은 무경험 유치원 교사에서 숙련된 유치원 교사가 관리하는 반으로 옮긴 학생의 경우 20대 때 연봉이 1,000달러가 추가되었다고 밝혔다. 정원 수 20명 학급을 가르치는 평균 이상의 유치원 교사는 평생 32만 달러의 추가 소득만큼의 가치를 지닌다. •
100만여 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그다음 연구에서 체티와 동료 연구자들은, 당해 학생들의 시험 점수 상승치로 측정했을 때 경험이 풍부한 교사일수록 가치를 더 부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I 3학년부터 8학년 사이에 경험이 풍부한 교사로부터 배운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더 높은 연봉을 벌고 노후 자금을 더 많이 저축할 가능성이 컸다. 경험 있는 교사가 학교를 떠나면 그 교사가 가르치던 학년 학생들은 다음 해에 손실을 겪었다.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하락했다. 교사의 질은 여성의 장래 성공에 특히 중요했다. 부분적으로는 10대 임신 확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하위 5퍼센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평균적인 교사로 대체하면 학급의 (돈의 시간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평생 소득이 14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교사들이 급여를 충분히 못 받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면 이 수치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유치원은 여러모로 중요하지만 교사가 학생의 20년 후 급여에 그처럼 분명한 표식을 남기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대부분 성인은 본인의 다섯 살 때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유치원 교사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뭘까?
그 의문에 대한 직관적인 답은 아마 효과적인 교사들은 학생의 인지적 기량이 발달하도록 돕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창기 교육은 숫자와 단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탄탄한 토대를 구축한다. 경험이 많은 교사에게 배우는 학생이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산수와 읽기 시험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그다음 몇 년에 걸쳐 다른 또래 집단 학생들이 그들을 따라잡는다.
학생들이 유치원에서부터 배워 성인이 되어도 간직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체티와 동료 연구자들은 또 다른 가능한 해석으로 눈을 돌렸다. 4학년과 8학년 학생들의 또 다른 자질들에 대해 교사들이 점수를 매겼다. 그 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주도력 (Proactive): 주도적으로 질문을 하고, 자발적으로 답을 제시하고, 책에서 정보를 찾고, 수업 외 시간에 교사에게 배우려는 빈도가 얼마나 되는가?
• 친화력 (Prosocial): 또래 학생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고 협력하는가?
• 자제력 (Disciplined): 수업 시간에 얼마나 잘 경청하고 수업을 방해하려는 충동을 억누르는가?
• 결의 (Determined): 끊임없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주어진 과제 이상으로 배우려 노력하고, 장애물에 직면했을 때 끈질기게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가?

유치원에서 경험이 풍부한 교사에게 배운 학생은 4학년이 됐을 때 교사가 위의 네 가지 자질 평가 모두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주었다. 8학년 교사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과 결의 등의 자질은 학생들이 오래 간직했다. 그리고 결국은 조기에 배운 산수와 읽기 능력보다 훨씬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티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이 4학년 때 점수를 바탕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의 소득을 예측하자, 이러한 자질에 대한 점수는 표준화 시험에서의 산수와 읽기 점수보다 2.4배나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지 생각해보라. 4학년 아동의 소득 잠재력을 예측하려면 객관적인 산수와 언어 점수보다 그 아동의 행동 패턴에 대한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 점수에 훨씬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 등의 행동 유형을 타고나는 자질로 보지만, 사실 이러한 행동은 유치원에서 배운다. 학생의 출발점이 어디든 상관없이, 수십 년 후 학생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행동을 학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품성에서 비롯되는 행동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는 자제력과 친화력 같은 자질에 대해 논하면서 이를 품성의 미덕 (virtues of character)이라고 일컬었다. 8 그는 품성을 사람들이 순전히 의지력을 통해 습득하고 실천하는 원칙의 묶음이라고 설명했다. 나도 품성을 그런 식으로 보았다. 명징한 도덕률을 준수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갑론을박하는 개념들을 시험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 지난 20년에 걸쳐 내가 축적해온 증거를 통해 나는 그러한 시각을 재고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품성을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기량의 묶음으로 간주한다.
품성은 원칙을 지니는 상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지닌 원칙을 실천하는 학습된 역량이다. 품성을 유지할 기량이 있으면 만성적으로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이 본인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을 위해 마감 시한을 지키게 되고, 숫기 없고 내성적인 사람이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낼 용기를 갖게 되고, 학급 내 골목대장이 중요한 경기 전에 같은 팀원들과의 주먹다짐을 자제하게 된다. 우수한 유치원 교사들이 (그리고 우수한 코치들이) 바로 이러한 기량을 북돋아준다.
애슐리가 코치로서 전국 체스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체스팀을 꾸릴 때 선발된 프랜시스 아이드헨 (Francis Idehen)이라는 학생은 실력이 최고인 여덟 명에 들지 못했다. 애슐리는 그런데도 품성 기량 (character skills) •을 보고 그를 선발했다. “또 다른 아이의 체스 실력이 나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애슐리가 중요하게 여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량이 없었다”라고 아이드헨은 내게 말했다.
•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 등의 학습 가능한 행동 유형으로 인성 역량, 품성 역량 등으로도 번역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성질이나 성격, 원초적 본능을 넘어서 후천적으로 갈고 닦아 키울 수 있는 올바른 가치의 의미로서 ‘품성 기량’으로 표기한다-편집자
레이징 룩스팀이 전국 대회 준결승에서 뒤처질 때에도 애슐리는 비밀병기를 빼내 들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전략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애슐리는 “선수들에게 2년 동안 함께 연습해온 자제력을 상기시켜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품성 기량은 전설적인 체스 코치 브루스 팬돌피니 (Bruce Pandolfini)의 관심을 끌었고, 그는 여러 명의 제자를 미국 전국 선수권 대회와 세계 선수권 대회에 출전시켰다. 레이징 룩스팀이 승리를 향해 행진하는 모습을 지켜본 팬돌피니는 다음과 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조금 서두르거나 감정이 드러나는데, 레이징 룩스팀은 달랐다. 그들은 차분했고, 체스판 앞에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치고 그렇게 냉철한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 마치 프로선수 같았다.
체스판의 기사 (Knight)를 트로이 목마라고 한다면, 애슐리는 그 안에 품성 기량 부대를 몰래 들인 셈이었다. 그러한 품성 기량을 갖춘 팀원들 덕분에 레이징 룩스팀은 상대방이 허둥대는 사이 급상승했다. 아이드헨은 말한다. “애슐리는 항상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삶의 교훈을 알려주었다. 체스 게임을 실행하는 방법이라기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통달하는 교훈을 전해주었다. 이는 내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슐리는 본인의 삶에서도 품성 기량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다. 그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모든 걸 희생해 미국으로 이주하고, 할머니가 자메이카에 남아 그와 그의 형제자매를 키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애슐리는 10여 년 후 마침내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기회가 저절로 굴러오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회가 두드릴 문은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했다.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체스에 관한 책을 우연히 발견한 애슐리는 학교 체스팀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실력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는 실력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했고 대학 체스팀의 주장이 되었다. 애슐리는 시급 50달러에 할렘에 있는 학교에서 체스를 가르치겠냐는 제안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요즘 체스계에 몸담은 누구에게든 애슐리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면 하나같이 그는 뛰어난 전략가라고 말한다. 한참 체스 경기 중 당신이 비숍 (Bishop)을 옮기는 대신 킹 (King)과 룩 (Rock)을 함께 옮기는 캐슬링 (Castling) 수를 두면 애슐리는 몇 번 말을 옮겨야 당신이 외통수에 걸리고, 그 과정에서 퀸을 잃을지 모두 예측할 수 있다. 그는 열 명의 서로 다른 선수들을 상대로 열 개의 게임을 동시에 진행해 모두 이긴 적도 있다. 그것도 눈을 가린 채 말이다. 그러나 그는 품성이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보여주는 증거도 있다. 아이들과 초보들은 똑똑할수록 체스를 더 빨리 터득하지만, 성인과 고수들의 체스 역량을 예측하는 척도로 지능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9 유치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체스에서도 어릴 때 인지적 기량이 주는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체스 마스터가 되려면 평균 2만 시간 이상, 10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가 되려면 3만 시간 이상을 연습해야 한다. 계속 실력을 향상하려면 과거의 게임을 복기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주도력, 절제력, 결의가 필요하다.
품성 기량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최고 기량의 수준을 한층 더 올려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James Heckman)은 품성 기량 연구 논문을 검토한 후 11 품성 기량은 “삶에서 성공할지를 예측하고 성공을 실현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품성 기량은 무에서 창조되지는 않는다. 그런 기량들을 기를 기회와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멍석을 깔아주면 알아서 한다
보통 양육이라 하면 부모와 교사들이 자녀와 학생의 발달과 지원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우려면 뭔가 색다른 게 필요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학습과 성장을 주도하도록 도와줄 집중적이고 일시적인 형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임시 구조물 (scaffolding)이라 일컫는다. 12
건축 공사장에는 인부들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도 올라갈 수 있도록 임시로 구조물을 설치한다. 건물이 완공되면 그 임시 구조물은 철거된다. 그 시점부터는 건물은 지지대 없이 홀로 서게 된다.
학습에서 임시 구조물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교사나 코치는 처음에 지침을 내린 후 지지대를 제거한다. 책임 소재를 학생으로 전환해 학생이 독자적으로 학습에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애슐리가 레이징 룩스팀에게 해준 게 바로 이것이다. 그는 임시 구조물을 세워 그들에게 기회와 학습 동기를 부여했다.
애슐리가 체스를 가르치기 시작하자 다른 강사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본적인 첫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킹 (King)의 폰 (Pawn, 졸)은 두 칸 전진하고 뒤이어 나이트 (Knight)가 한 칸 앞으로, 한 칸 대각선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는 규칙을 터득하는 게 따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아이들이 흥미를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6학년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체스 게임을 소개하게 됐을 때 그는 거꾸로 가르쳤다. 체스 말들을 체스판에 놓고 게임 막판부터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상대방을 외통수에 몰아넣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쳤다. 그 구조물이 학생들을 뒷받침한 첫 임시 구조물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길이 보이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하겠다는 꿈을 접는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에 불을 붙이려면 길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그게 임시 구조물이 하는 역할이다.
애슐리는 체스 게임을 거꾸로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의 결의에 불을 지폈다. 학생들은 킹을 궁지에 모는 방법을 터득하자 승리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여겼다. 이길 방법이 생기자 배우려는 의지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인내심과 결의와 강인함을 터득하게 된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하자마자 아이들은 꾸벅꾸벅 존다”라며 애슐리는 웃는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 게임 재미있다. 한판 하자. 내가 너를 묵사발 낼 작정이다.’ 그래서 투지를 불러일으키고 승부욕에 불을 지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차분히 앉아서 게임을 배우기 시작한다. 일단 게임에 꽂히고 난 후 게임에서 지면 이기고 싶게 된다.” 헨리는 체스를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 천장에 체스판의 정사각형 64개를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체스 게임을 두었다.
애슐리는 선수들끼리 서로의 기량이 발전하도록 돕는 임시 구조물도 도입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기법을 공유하는 창의적인 방법들도 가르쳤다. 선수들은 체스 수에 관한 만화를 그렸고, 체스 대결에 대한 공상과학 이야기를 썼으며, 체스판의 중심부를 장악하는 랩 송 (Rap song)을 녹음했다. 그들은 혼자 하는 게임을 협력하는 친화적 연습으로 여기는 방법을 배웠다. 한 선수가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울었는데, 게임에 져서가 아니라 팀원들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해서였다.
팀으로서의 결속력이 생기면서 선수들은 동기 유발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게임의 모든 수를 점수판에 기록하는 책임을 서로에게 부여하고 팀원 전체가 개개인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도록 했다. 그들은 팀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가 되려고 노심초사하지 않았다. 팀 전체가 더 똑똑해지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앞선 해 처음으로 참가한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레이징 룩스팀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출전한 선수의 수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었다. 애슐리가 이듬해 우승 목표를 세웠을 때 계획을 주도한 이는 바로 선수들이었다. 이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의지도 생겼다. 그들은 임시 체스 캠프를 직접 만들고, 여름 내내 연습하고 책을 읽으며 보냈다. 그들은 애슐리를 졸라 여름 동안 훈련을 시켜 달라고 했다. 그들은 직접 운전석에 앉아 주도력을 발휘했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학생들이 이러한 기회를 얻으려고 코치 한 명에게 매달릴 필요가 없어야 한다. 애슐리가 만든 임시 구조물은 결함 있는 체제의 대체물이었다. • 한 학부모는 자기 아들이 체스를 두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그동안 아들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애슐리에게 털어놓았다. 애슐리는 단순히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부모와 교사들이 그 잠재력을 간파하도록 돕고 있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품성 기량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II 애슐리 말대로, “구조적 문화적 억압 때문에 품성의 구축을 통해 이러한 기량을 터득할 필요가 더욱더 증폭된다. 수 세대에 걸쳐 당신 목을 짓누르는 억압을 받아왔다면 강해야 한다”.
애슐리 같은 코치를 둔 운 좋은 이는 별로 없다. 늘 이상적인 정신적 스승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부모와 교사가 하나같이 적합한 임시 구조물을 제공해줄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이 그러한 임시 구조물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게 내 목표다.
《히든 포텐셜》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우리를 높이 도약하도록 해주는 구체적인 품성 기량들을 알아본다. 독학으로 건축을 배운 프로 권투선수, 인간 스펀지가 되어 가난을 벗어난 여성, 학교에서 특정 과목으로 인해 허덕거렸지만 이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두 사람으로부터 그러한 기량을 배우게 된다.
2부에서는 동기 유발을 지속할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다. 강한 품성 기량을 갖췄다고 해도, 심신이 지치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가 생기거나 정체기를 겪는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없다. 그러나 상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일벌레가 될 필요도 없고 지칠 때까지 밀어붙일 필요도 없다. 추진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임시 구조물을 제시하기 위해, 임시 구조물을 세워 영구적인 장애를 극복한 한 음악가, 역량이 저조한 운동선수를 스타로 변모시킨 트레이너, 모두가 틀렸음을 증명한 이름 없는 군 장교 후보생들을 소개하겠다. 놀이가 아닌 연습은 불완전하고,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최선의 길일지도 모르며, 자력으로 해낸다는 게 혼자 한다는 뜻이 아닌 이유를 알게 된다.
3부에서는 체제를 구축해 기회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둔다. 잠재력이 큰 사람들에게 사회가 열어주어야 하는 기회의 문은 가장 큰 장애물에 직면해온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닫혀 있는 경우가 흔하다. 간과되거나 과소평가되어왔지만 오랜 세월 끝에 돌파구를 찾게 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기회도 얻지 못한다. 잠재력을 허비하지 않고 육성하는 학교, 팀, 기관들을 설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 체제를 구축했다고 손꼽히는 작은 나라를 통해 모든 아이가 앞서가도록 도울 방법을 깨닫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기적적인 구조 작업을 분석해 집단이 단순히 개인의 총합 이상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겠다. 그리고 결함이 있는 선발 과정을 바로 잡는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서 미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인 선발 과정과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 입학 사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내막을 밝히겠다. 때 이르게 사람들을 누락시키는 체제를 바꿈으로써 약자와 대기만성형이 성공할 확률을 개선하게 된다.
사회과학자인 나의 연구는 늘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축적된 결과를 계량화하는 무작위 실험, 장기간 연구, (연구 자료들을 분석한 자료인) 메타 분석 (Meta analysis) 등이 그러한 데이터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내 연구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연들을 조사하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한 가운데 출발점을 훌쩍 넘어 멀리까지 발전한 사람들을 만났고 (수중과 지하에서부터 산 정상과 우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다양한 상황에서 그들은 숨은 잠재력을 발굴했다. 그들이 본인 자신과 다른 이들을 (그리고 때로는 자기 주변의 세상을) 변모시킴으로써 어떻게 장족의 발전을 했는지 터득하는 게 내 희망이다.
바로 그것이 레이징 룩스팀이 이룬 성취다. 그들의 성공은 체스의 면모를 바꾸는 데 한몫을 했다. 코치들에 따르면, 그들이 등장한 이후로 전국 선수권 대회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소수인종 선수의 비율이 네 배가 되었다. 애슐리는 체스가 품성을 기르는 수단이라는 점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세계 대변인이 되었고, 그가 촉진한 이 운동으로 인해 미국 전역의 저소득층 학교에서 체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한 체스 비영리 단체는 50만 명 이상의 아동들에게 체스를 가르쳐왔다.
이런 마법이 체스에서만 일어난다는 법은 없다. 13 애슐리가 토론에 대해 열정을 지니고 있다면, 그는 학생들에게 반론에 대비하고 서로 도와 반박의 논지를 정교하게 다듬도록 지도할지 모른다. 행동이 아니라 당신이 터득하는 교훈이 차이를 낳는다. 애슐리 말마따나, “성취는 성장에 있다”.
애슐리가 주도한 기회와 동기 부여 덕분에 레이징 룩스팀은 품성 기량을 체스 외의 분야에도 적용했다. 근시안적인 수를 두려는 유혹을 뿌리치는 자제력은 갱단과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패턴을 암기하고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는 결의와 주도력은 시험을 준비할 때도 적용되었다. 함께 연습하고 서로 비판해주면서 습득한 친화력은 그들이 뛰어난 협력자이자 스스로 다른 사람의 정신적 스승이 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레이징 룩스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했다. 조너선 녹 (Jonathan Nock)은 우범지대인 동네에서 자랐는데 농구 경기에서 승승장구하던 한철, 농구 코트에서 강도를 당했다. 그는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클라우드 솔루션 회사의 창립자다. 프랜시스 아이드헨은 걸어서 등교하던 길에 칼에 찔리고 총에 맞을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최대 공조 기업의 재무 관리사, 그리고 투자 기업의 최고운영책임자 (Chief Operating Officer, COO)를 지냈다. 케이존 헨리는 노숙자이자 갱단의 일원에서 3개의 석사학위를 따고 수상 경력이 있는 영화제작자이자 작곡가로 변신했다. 헨리는 “체스가 내 품성을 발달시켰다. 체스는 내 집중력을 향상시켰다. 체스는 내 안에 불을 지폈다. 누군가가 별을 빛나게 했고 그 별빛은 내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타오른다”라고 회고한다.
체스 덕분에 레이징 룩스 선수들은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성공할 기회도 창출했다. 사방이 마약상 근거지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차루 로빈슨 (Charu Robinson)의 경우, 여러 명의 친구가 살해당했고 교도소로 직행한 친구도 수없이 많다. 1991년 전국 체스 선수권 대회 경기에서 달튼 스쿨의 최고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을 상대로 이긴 후 로빈슨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달튼 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훗날 범죄학 학위를 받고 교사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배운 지혜를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줌으로써 자신이 입은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
1994년 JHS 43학군에서 멀지 않은 또 다른 할렘 중등학교 교장은 애슐리에게 자기 학교의 다크 나이츠 (Dark Knights)팀 코치를 맡아 달라고 사정사정했다. 소년 소녀들로 구성된 그 팀은 그 후 2년에 걸쳐 연달아 전국 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 무렵 애슐리는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기 위한 다음 수순에 착수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코치 일을 잠시 쉬고 자기 게임에 몰두했다. 1999년 애슐리는 미국 흑인으로는 최초로 체스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해 새로운 코치를 영입한 다크 나이츠팀은 세 번째 전국 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들의 부코치는 로빈슨이었다. 그는 뉴욕시 전역의 학교에서 수없이 많은 아동들에게 체스를 가르치게 되었다. 레이징 룩스팀은 콘크리트의 틈새에서 자라난 유일한 장미가 아니었다. 그들은 토양을 비옥하게 갈아엎어 더 많은 장미가 활짝 피도록 했다.
위대한 사상가, 행동가, 지도자를 존경할 때 우리는 흔히 그들의 업무 수행 성과에 집중한다. 그래서 가장 성취도가 높은 이들을 우러르지만, 가장 적은 밑천으로 가장 많이 성취한 이들을 간과하게 된다. 여러분의 잠재력을 가늠하는 진정한 척도는 여러분이 도달한 봉우리의 높이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먼 거리를 전진했는가다.
1부 품성 기량_ 더 멀리 도약하게 하는 힘


1800년대 말 심리학의 창시자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는 다음과 같이 대담한 주장을 했다. “서른 살이 될 무렵, 품성은 석고처럼 굳어서 1 절대로 다시 말랑말랑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품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성인은 물 건너갔다는 뜻이다.
최근 사회과학자들이 이 가설을 검증할 실험에 착수했다. 그들은 서아프리카에서 (제조업, 서비스업, 상업에서 소규모 사업체를 창업한 30대, 40대, 50대 연령의 남녀로 구성된) 1,500명의 창업자를 모집해 무작위로 세 집단에 배치했다. 하나는 통제 집단으로서 그들은 늘 하던 대로 사업을 운영했다. 나머지 두 집단은 훈련 집단으로서 일주일 동안 새로운 개념들을 배우고, 다른 사업가들의 사례를 연구하며 새로 배운 개념들을 분석하고, 역할극과 반성 연습을 통해 자기 사업에 배운 개념들을 적용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한 집단은 인지적 기량에 초점을 두었고, 다른 한 집단은 품성 기량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인지적 기량 훈련에서 창업자들은 국제금융공사가 만들고 인가받은 경영학 과정 수업을 들었다. 그들은 금융, 회계, 인사, 마케팅, 가격 책정 등을 공부했고 배운 내용을 이용해 난관을 해결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 적용했다. 품성 기량 훈련을 받는 창업자들은 개인의 주도력을 가르치는 심리학자들이 설계한 강의에 참석했다. 그들은 주도력, 자제력, 결의를 연구했고 이러한 자질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을 했다.
품성 기량 훈련은 극적인 효과를 낳았다. 2 창업자들은 이러한 기량을 개선하는 데 겨우 닷새를 할애했는데, 그 후 2년에 걸쳐 회사 수익이 평균 30퍼센트 증가했다. 인지적 기량 훈련에서 얻은 이득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금융과 마케팅 지식은 창업자들이 기회를 금전화하도록 도왔을지 모르지만, 주도력과 자제력은 그들이 기회를 창출하도록 해주었다. 그들은 시장의 변화에 반응하기보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들은 훨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했고 더 많은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들은 재정적 난관에 봉착하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출을 받으려고 애썼다.
이 증거는 품성 기량이 대단한 성취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러한 기량을 기르는 데 너무 늦은 나이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제임스는 매우 지혜로운 인물이었지만, 품성 기량에 관한 주장에 있어서 그는 대단히 틀렸다. 품성은 석고처럼 딱딱해지지 않는다. 말랑말랑한 성질을 유지한다.
품성을 흔히 성격과 혼동하는데, 이 둘은 같지 않다. 성격은 여러분이 지닌 성질이나 경향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원초적 본능이다. 품성은 여러분의 본능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역량이다.

자신이 원칙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원칙들을 어떻게 실천할지 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스트레스나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면 말이다. 만사가 잘 굴러갈 때 주도력이나 결의를 실천하기는 쉽다. 품성의 진정한 시험대는 상황이 여러분에게 불리할 때 그러한 가치들을 지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성격은 평상시에 여러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이고, 품성은 어려운 때에 여러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다.
성격은 여러분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성격은 여러분의 경향이다. 품성 기량은 여러분이 그러한 경향을 초월해 여러분이 지닌 원칙에 충실하게 도와준다. 품성 기량은 여러분이 지닌 기질이 아니다. 그 기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오늘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지금 당장 여러분의 품성 기량을 육성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주도력과 결의 같은 품성 기량들은 ‘연성 기량 (soft skills)’으로 폄하되어왔다. 3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용어는 당시 심리학자들이 탱크와 총기 작동에 협소하게 집중하는 미군 훈련을 확장하는 과정에 등장했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 소통하고 협동심을 촉진하는 원만한 대인관계 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들은 폭넓게 지도력과 협력 역량을 강조해 집단들이 부분의 총합 이상이 되고, 군대가 안전하고 무사히 귀환하도록 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두 묶음의 기량에 이름을 붙여야 했고 바로 이때 유감스럽게도 ‘연성 기량’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탱크와 총기를 다루는 기량을 ‘경성 기량 (hard skills)’이라 일컬었는데,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무기를 다루는 기량이기 때문이었다. ‘연성 기량’은 기계와의 접촉은 거의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중요한 업무 관련 기량이었다. 이러한 기량들은 실제로 사회적 감성적 행동적 기량으로서 군인들이 어떤 역할이든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했다. ‘연성’이라고 일컬은 이유는 단지 금속을 다루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금융도 연성 기량이다. 몇 년 후 심리학자들은 이 용어의 사용을 중지하라고 권고했다. 특정한 기량을 연성이라고 일컬으면 나약해 보이는데, 군인은 강인하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품성 기량들이 강인함의 가장 큰 원천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
인간의 인지적 기량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한다면, 품성 기량은 인간을 기계 이상의 존재로 승격시킨다. 이제 컴퓨터와 로봇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비행기를 조종하고, 전쟁에 참전하고, 돈을 관리하고 법정에서 피고를 변호하고, 암을 진단하고, 심장 수술을 집도한다. 점점 더 많은 인지적 기량들이 자동화되면서 우리는 품성 혁명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상호 작용과 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품성 기량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성공과 행복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들 하는데 품성은 왜 중요한 목표로 여기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 경력을 쌓기 위한 기량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의 시간을 품성 기량 육성에 투자하면 어떨까?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모든 국민에게 생명과 자유와 품성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했다면 미국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라.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품성 기량들을 연구한 끝에 나는 주도력, 결의, 자제력의 특정한 형태들을 규명했다. 장거리를 여행하려면 적절한 종류의 불편함, 적절한 정보를 흡수하는 역량, 그리고 적절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의지가 필요하다.
1장 불편함의 피조물 학습이라는 참기 어려운 어색함 받아들이기
품성은 편안하고 고요한 상황에서 발달하지 못한다. 1
오로지 시련과 고통을 겪음으로써 영혼은 강인해지고
시각이 명료해지고 야망이 타오르고 성공을 성취하게 된다.
헬렌 켈러 (Helen Keller)

세라 마리아 해즈번 (Sara Maria Hasbun) 2은 처음 자신이 지닌 초능력을 깨닫게 될 당시 그 능력을 공유할 만한 그 어떤 이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는 우연히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이들이 모인 공동체를 알게 되었다. 2018년 그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 그들은 전혀 공통점이 없었다. 국적도 제각각이고 직업도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지닌 역량만큼이나 희귀한 사명감을 중심으로 서로 교감을 나눴다.
해즈번은 새로운 공동체에 입문하면서 한 가지 난관을 극복하기로 했다. 그녀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로 자신을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업가로 소개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그녀는 “아호이, 볼람 사 세라 마리아!”라고 슬로바키아어로 인사했다. 후쿠오카에서 그녀는 “곤니치와! 와타시노 나마에와 세라 마리아 데스!”라며 일본어로 사람들을 상대했다. 팬데믹으로 중국에서 발이 묶였을 때는 베이징에 있는 난청 공동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중국어 수화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흥미를 끌려는 꼼수처럼 들리겠지만, 언어에 대한 해즈번의 이해는 기본적인 자기소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한번은 여행 중 만난 베니 루이스 (Benny Lewis)라는 아일랜드인 엔지니어 3와 죽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은 한 시간에 걸쳐 만다린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 그리고 미국 수화로 대화를 했다.
해즈번과 루이스는 여러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리고 그 언어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녀는 다섯 개 언어를 유창하게 하고 네 개 언어는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는 여섯 개 언어가 유창한 수준이고 네 개 언어는 중급 정도다. 여러 언어 구사가 가능한 이들의 연례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공통으로 구사하는 다섯 개 언어를 제외하고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해즈번은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로 거침없이 대화할 수 있고 초보적 수준인 그녀의 녹슨 광둥어, 말레이어, 타이어 구사력에 기름을 칠해줄 누군가와도 쉽게 맞닥뜨릴 수 있다 (그녀의 니카라과 수화 실력을 되살려줄 상대도 찾고 싶어 했지만 그리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루이스 역시 독일어, 아일랜드어, 에스페란토어, 네덜란드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아 그리고 드라마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언어인 클링곤어로 수다를 떨 상대를 찾기란 시간문제일 뿐이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놀라운 점은 언어 지식의 양뿐 아니라 배우는 속도다. 10년이 채 안 되는 세월 만에 해즈번은 여섯 개의 새로운 언어를 처음부터 배웠다. 한편 루이스는 체코공화국에 겨우 두 달 머무르면서 소통 가능할 정도의 체코어를 배웠고, 헝가리에서는 석 달 만에 헝가리어로 대화가 가능해졌으며, (브라질에 거주하는 동안) 이집트식 아랍어를 석 달 동안 배웠고, 중국에서는 다섯 달 만에 중급 정도 수준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만다린어만으로 한 시간 동안 토론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나는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넘겨짚었다. 그들은 비범한 역량을 지니고 태어났고 이러한 역량은 그들이 새로운 외국어를 흡수할 기회가 생기면 발현된다고 생각했다. 내 대학 룸메이트 하나도 그런 부류였다. 그는 여섯 개 언어를 구사했고 뛰어난 언어적 재능을 이용해 툭하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가 만든 표현 중에 나의 최애 표현은, 누군가가 묻어두었던 고통스러운 경험이나 부정적 감정을 여행 가방의 내용물 쏟듯이 쏟아낼 때 쓰는, “내게 여행 가방의 내용물을 퍼붓지 마라”라는 표현이었다. 나는 그가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는 속도와 서로 다른 언어들을 오가며 유창하게 구사하는 화법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나는 해즈번과 루이스를 우연히 접하고 그들의 뇌 구조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루이스는 성장하면서 자신이 두 개 언어를 구사할 역량도 없다고 확신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그는 11년 동안 아일랜드어를, 5년 동안 독일어를 배웠지만 둘 다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학교 졸업 후 그는 스페인으로 이주했지만 여섯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스물한 살이 될 무렵에도 그가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뿐이었고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언어에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라고 그는 말한다.
해즈번도 출발이 험난했다. 6년 동안 스페인어를 공부했지만, 여전히 한 개 언어밖에 못했다. 그녀는 언어 습득에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고 확신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엘살바도르 출신이지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으므로, 어렸을 때 스페인어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집에서는 영어를 썼다. 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스페인어가 너무 어려워서 정말 놀랐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배우기 가장 쉬운 언어라는데 말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형편없는 내 스페인어 실력에 당혹스러워했다. 사람들이 내게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스페인어로 대답하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른 언어를 전혀 어려움 없이 금방 배우는데 왜 나는 안 될까?
수년 동안 딸의 스페인어 숙제를 도와준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차분히 그녀는 절대로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쓸 일이 뭐가 있냐고 덧붙였다. 그러니 그만 스페인어는 잊고 그녀가 잘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너무 노력이 많이 들어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 루이스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이도 있고, 해즈번처럼 걸음마 할 때 시작했더라면 금방 배웠을 텐데 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18세 무렵 언어 학습 능력이 감퇴하는 게 4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이 아니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교육에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다언어 구사자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해즈번과 루이스를 온라인으로 알게 되자마자 나는 그들이 쓰는 기법들을 파고들어야 했다. 그들은 배움에 관한 한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마침내 첫 외국어를 터득하게 된 까닭은 인지적인 장애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감정적인 장애물을 걷어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놀랐다. 그들은 불편한 상태에 놓이는 게 편안해졌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게 되면 서로 다른 수많은 학습의 형태에서 숨은 잠재력을 펼치게 된다.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 (특히 중요한 유형의 결의)를 내는 게 품성 기량이다. 세 가지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써온 닳고 닳은 방법들을 포기하고, 싸울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링에 올라가고, 다른 이들이 시도하는 횟수보다 훨씬 여러 차례 실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고속 성장하는 최선의 길은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추구하고 증폭하는 방법이다.
학습 유형이라는 한물간 유행
많은 학생이 불편함을 추구하기를 단념하게 만든, 학교에서 널리 쓰인 관행이 있다. 미국 교육 체제에 만연한 문제를 시정할 해법으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학교는 공장의 조립 공정처럼 운영되었다. 학생은 젊은 두뇌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교체가 가능한 부품처럼 취급되었다. 학생들은 장점이 다 제각각인데도 표준화된 학습 자료와 강의를 통해 동일한 지식을 흡수하는 체제에 묶였다.
1970년대에 새로운 사고의 물결이 교육계를 뒤엎었다. 학생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가르치는 방법이 학생의 학습 유형 (학생이 정보를 습득하고 유지하는 기량을 최고로 발휘하게 해주는 인지적 유형)에 알맞은 맞춤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 전제였다. 새로운 개념을 파악하려면 언어형 학습자는 개념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시각형 학습자는 개념을 이미지, 다이어그램, 표로 나타내주어야 한다. 청각형 학습자는 개념들을 크게 읽어주어야 한다. 운동형 학습자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개념을 직접 몸으로 표현해봄으로써 개념들을 체험해야 한다.
학습 유형 이론의 인기는 폭발했다. 학부모는 자녀들이 타고난 개성을 인정받게 됐다며 흥분했다. 교사들은 교습법을 다양화하고 학습 자료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 재량을 누리게 되었다며 환영했다.
오늘날 학습 유형은 교사 훈련과 학생 경험의 기초적 요소다. 전 세계적으로 교사의 89퍼센트가 자신의 교수법을 학생의 학습 유형에 맞춘다고 믿는다. 5 많은 학생이 내게 말하기를 책보다 팟캐스트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청각형 학습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분은 언어형 또는 시각형 학습자이기 때문에 이 책을 눈으로 읽기로 했을까? 오디오북으로 이 책을 듣는 여러분은 청각형 학습자이기 때문일까?
학습 유형에는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 낭설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학습 유형에 관한 수십 년의 연구를 포괄적으로 재검토한 결과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 한 학기에 걸쳐 특정한 교습과 7 장기적인 연구로 진행된 통제 실험에서 8 학생과 성인 모두 교사나 학습 습관이 그들의 역량이나 선호도와 맞는다고 해도 시험 점수가 더 잘 나오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학습 유형 평가를 일반 교육 관행에 반영하는 관행을 정당화할 적절한 근거는 없다. 교육계에서 학습 유형 접근 방식이 누리는 어마어마한 인기와 그 유용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 부족 간의 간극은 우려스러울 정도다.”
경직된 공장식의 학습 방법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직된 학습 유형에 억지로 사람들을 끼워 맞추는 방법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새로운 지식과 기량을 습득할 때 선호하는 학습 유형과 기량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한 선호도는 고정불변이 아니고 자신이 지닌 장점만 이용하는 학습 유형에 의존하면 자신의 단점을 개선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사실을 9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여러분이 선호하는 학습 유형으로 배우면 편안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아니다. 때로는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학습 유형으로 배우는 게 학습 효과가 훨씬 좋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첫 번째 유형의 용기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편안한 학습 유형을 던져버릴 정도의 용기 말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코미디계에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브 마틴 (Steve Martin)은 1960년대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처음 시작하면서 10 실패를 거듭했다. 한 공연에서 청중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도주잔을 그에게 던지기도 했다. “나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다”라고 마틴은 회상한다. 초창기 그의 비평가들도 마틴이 자신에게 내린 평가에 동의했다. 한 비평가는 그의 공연 표를 예약한 게 “로스앤젤레스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수”라고 혹평했다.
대단한 연기자들이 연기 기법을 어떻게 터득하는지 생각해보면 듣고 보고 직접 해보면서 터득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마틴도 그렇게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청취하고 그들의 몸짓을 관찰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일부 섞어 넣고 이를 버무려 만든 내용을 전달하는 연습을 했다.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공연 내용을 준비했지만, 그의 공연은 호응이 없었다. 어느 날 밤 공연에서는 단 한 차례도 청중의 웃음을 끌어내지 못한 채 5분이 지나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또 5분이 흘렀고, 또 5분이 흘렀다. 그가 무대 위에서 진땀을 흘렸던 20분 내내 폭소는커녕 낄낄거리는 웃음도 한 차례 없었다. 관찰하고 청취하고 직접 해보는 방법만으로는 그의 성장을 촉진하기에 부족했다.
마틴이 처음부터 배제한 코미디 접근 방법은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그가 선호하는 유형이 아니었다. 그는 글쓰기가 싫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여러분도 글쓰기에 대해 같은 심정이라면 여러분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다. 내가 아는 최고의 작가들 가운데도 글쓰기를 미룰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이 있다. • 여러분이 편안한 영역을 벗어나 자신을 밀어붙일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가 미루기다. 블로거 팀 어번 (Tim Urban) 말마따나, 여러분의 뇌는 즉각적 보상을 바라는 원숭이한테 사로잡혀, 11 해야 할 어려운 작업보다 쉽고 재미있는 작업을 고른다. 그처럼 시간과 공을 들이고도 얻는 것이라고 해야 자신이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뿐이다. 자존감을 태워 치욕의 잿더미에 얹는 셈이다.
글쓰기가 여러분이 선호하는 학습 유형이 아니라면 여러분의 생각을 적을 때 겪는 가장 큰 불편함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글이 막히는 상황이다. 마틴은 다음과 같이 농담했다. “창작의 고통은 칭얼대며 불평하는 자들이 술 마실 핑계를 찾으려고 만든 고상한 용어다.” 무용수나 목수에게 창작의 고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다. 작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은 생각이 막혀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의 문장들을 키보드로 두들김으로써 창작 모드에 돌입하는 소설가들도 있다. 나는 이메일에 답장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내게 추진력을 주기 위해 몸풀기를 하는 셈이다. 글쓰기가 일상이 되면 입에서 말이 나오듯 단어가 막힘없이 지면에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을 무작위로 여러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 날마다 글을 쓰게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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