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질문을 어떻게 하는것이 효율적인가... 에대한 내용입니다. 천재들은 똑똑하게 질문하는 방법이 있나하고 찾아본 책인데... 그건 아니었고, 천재이건 아니건간에 질문을 잘하는법을 설명해주고,,, 지금 이 시대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을 잘 얻을수 있는 시대라는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챗지피티를 사용해서 업무효율을 늘리는것이 좋고, 챗지피티를 잘 사용하려면 얻고싶은 내용을 세부적으로 잘질문해야 좋은질의 정보를 얻을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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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본문 그림 중 일부는 ChatGPT에게 어떤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해, 그림 생성형 AI ‘DALL·E’로 그린 것이다.
질문이 정답보다 중요하다.
만약 곧 죽을 상황에 처했고,
목숨을 구할 방법을 단 1시간 안에 찾아야만 한다면,
1시간 중 55분은 올바른 질문을 찾는 데 사용하겠다.
올바른 질문을 찾고 나면
정답을 찾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프롤로그
우리는 왜 다시,
생각하고 질문해야 하는가
정답의 시대
IMF 이전의 한국은 평균적으로 10%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고도성장의 나라였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간밤에 먹던 샴페인 흔적이 널브러져 있는 파티의 나날들을 보냈죠. 일자리가 넘쳐났기 때문에 대졸자라면 어느 기업에 들어가느냐 하는 실존적 문제로 고민을 했지,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존적 문제로 고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의 일자리가 남아 있기나 할까 걱정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죠.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기업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경쟁을 거쳐야 하니까요. 이때의 인재상을 설명하는 단어는 성실, 끈기, 책임감, 열정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중장년층은 이런 사람이 최고의 인재인 줄 알아요. 이런 사람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이유는 한국의 주력 산업이 창의성을 가지고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빠르게 뒤따라가는 산업이었기 때문이죠. 주문을 받고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매뉴얼을 충실히 지켜서 짜인 대로만 명확히 수행하면 되는 일이 많았거든요. 때로는 근무 시간을 초과해서라도 납기일에 맞추고요. 석유개발로 떼돈을 번 중동 나라들이 넘쳐나는 돈을 쓰려고 벌인 건설 사업에 한국이 많이 참여해서 외화를 벌 수 있었던 것은 건축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굉장히 빠르게 납기일을 맞췄기 때문이었어요.
이때는 정답의 시대입니다. 어떻게 일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매뉴얼에 써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정답을 암기하고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시대였죠. 어느 나이대에는 뭘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직위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정해진 때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때의 기업 입사시험이나 행정고시, 사법고시 같은 시험은 암기시험이었어요. 정해진 시험 범위 안에서 충실하게 암기를 잘한 사람이 결국 합격자가 되는 프로세스였죠.
사회생활을 할 때도 규칙이나 매뉴얼을 암기해서 그대로 시행하기만 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식을 얼마나 암기하는가는 중요한 인재의 조건입니다. 많이 알고 있으면 똑똑한 사람이었고, 사회으로도 존경받을 수 있었죠. 나이 드신 분들이 대접받는 사회였던 겁니다. 경험과 연륜으로 쌓인 지식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산이었거든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질문을 디자인하는 법
그런데 IMF 이후에 우리 사회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2~3%대로 고정되면서 저성장 사회가 되고,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어요. 산업의 구조도, 주문을 받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납기일을 맞춰주는 하청업체 중심에서, 반도체나 전자기기, 자동차를 수출하는 원청업체 중심의 나라가 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기죠. 각 산업에서 선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이미 짜여서 누구나 알고 있는 매뉴얼을 따르는 방법으로는 도무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성실, 끈기, 책임감, 열정으로 대표되는 기존 인재들의 방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지식의 가치도 변했어요. 인터넷이 보급되고 손안의 모바일로 언제든 온라인 상태가 된 사람에게 지식은 검색만 하면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지, 외워두어야 하는 의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서울역 맛집이 어디 있는지 훤히 아는 분이 있어서, 그분에게 물어보면 내일 출장 가기 전에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지 해결되는 시대에서, 굳이 그런 분과 친분이 없어도 그냥 모바일로 검색하면 서울역에서 갈 만한 식당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검색을 통해 지식에 접근 가능해지면서 이제 단답형의 파편적인 답은 중요하지 않아요. 서술형 답이 중요해집니다.
지식을 연결하고, 인과나 상관관계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답이 경쟁력을 가진 답이 되는 것입니다. 작년에 어떤 물건이 많이 팔렸고, 가장 인기를 끈 물건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이제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되니까, 그런 물건을 보면서 트렌드를 찾아내고 그에 따라 내년에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가 많이 팔리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암기 형태의 단답형 답이 전제하는 질문은 역시 단순한 스타일의 질문이었어요. 하지만 단답형 답이 더이상 경쟁력이 없는 시대에, 서술형 답의 시대에는 질문도 달라집니다. 질문에 따라 답은 얼마든지 유도 가능하니까,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되는 거죠. 예를 들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어느 어느 나라가 싸운 거지?’라는 질문의 답은 그냥 단답형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입니다. 그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던 것이 IMF 이전의 시대라면, IMF 이후의 시대, 어떻게 생각하면 검색의 시대가 되면서부터는 이 격차는 제로에 수렴하게 되었어요. 검색하면 되니까요. 그러니 이제 질문 디자인부터 바뀌어야 유용하고 경쟁력 있는 대답이 나와요.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벌인 싸움으로, 스파르타가 승리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 세계에서 우리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인 거죠. 아테네와 스파르타 양강 체제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은 주변 약소 폴리스들의 사정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서, 어떤 선택을 한 폴리스가 현명하게 살아남는지 보여줌으로써 지금의 우리에게 갈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고요.
이것이 바로 질문도 중요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인사이트 있게 구성할 수 있는 서술 능력도 중요한 시대, 그러니까 질문과 답을 모두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시대는 과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변화의 시점을 맞았어요.
질문‘만’ 중요한 시대
제가 IMF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구분했지만 사실 이렇게 시대가 변한 것은 인터넷과 PC의 보급 덕분입니다. 모바일 인터넷은 그런 경향을 고착화한 결정적인 기술이고요. 그래서 기술적인 받침은 인터넷 이후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 맞지만, 기술이 적용되는 시대적 특징을 보면 그것이 개발되는 것과 사용되는 것의 차이가 좀 있어요. 검색을 하고 정보를 가공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인재로 대접받는 게 IMF 이후부터여서, IMF는 사회적으로 이런 변화의 흐름이 확장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인 거죠.
거의 비슷한 일이 지금 일어나는데요, 생성형 AI의 발전과 코로나입니다. 물론 코로나가 생성형 AI인 ChatGPT 발표보다는 먼저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여서, 작용 면에서는 인터넷 보급과 IMF의 관계와 비슷해요. 어떻게 생각하면 생성형 AI는 모바일의 보급과 더 비슷할 수도 있고요.
생성형 AI, 구체적으로는 ChatGPT를 통해 사람들은 정보 사이에 인사이트를 불어넣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편견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ChatGPT는 이미 있는 정보들을 짜깁기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간의 인사이트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견해도 있지만, 사실 인사이트 있는 사람도 그 인사이트를 발휘하는 프로세스는 ChatGPT와 비슷합니다. 솔직히 우리의 뇌과학은 현상만 파악했지 그 원리를 파악하지는 못해요. 예를 들어 정치를 생각할 때와 종교를 생각할 때 뇌가 신호를 주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것은 MRI 관찰을 통해 알아냈어요.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르는 거죠. 사람에게 정치는 종교와 마찬가지로 믿음의 영역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1
ChatGPT의 작동기제와 사람의 생각기제가 같은지 다른지는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과제이지만, 그 결과물은 당장 우리가 활용할 수 있습니다. ChatGPT가 주는 서술형 답이 생각보다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ChatGPT를 활용하여 대학생들은 리포트를 만들고, 직장인들은 보고서를 만들기도 하고요, 대중은 책을 만들거나 아이를 위한 동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주식 투자 가이드를 만드는 분도 있고, 자신의 전속 상담사로 ChatGPT를 이용하는 분도 있어요. 최근 들어 자신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사람과 나누는 대화보다 ChatGPT와 나누는 대화가 더 많아졌다는 마케터 분도 만난 적이 있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정보와 정보를 엮어서 인사이트를 집어넣는 기계가 있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답을 만드는 능력이 아닙니다. 이전 시대가 질문과 답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이제는 질문만 중요한 시대인 거죠. 질문만 괜찮고 적절하다면 인사이트가 들어간 서술형 답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제로로 수렴하게 돼요.
그래서 인간의 인사이트는 답을 만드는 데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데 작용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ChatGPT보다는 인사이트풀한 답을 찾아내겠지만, 그런 답을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배 정도 차이가 날 겁니다. 생성형 AI를 써보신 분은 알겠지만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척척척척 답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두려울 정도거든요.
시험의 법칙
질문의 시대입니다. 얼마 전 9급 공무원 시험이 암기식에서 정보이해식으로 바뀌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2 사실 ‘이제야?’입니다. 암기형 인재가 대접받는 시대에 생긴 암기형 인재를 뽑는 시험이, 정보를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 있는지 체크하는 시험을 보는 것으로 ‘이제야’ 바뀐 거예요. 공무원 9급 외에 대부분의 대학교 시험 이후에 보는, 취업이나 상위기관으로 지원할 때 보는 시험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입사시험인 GSAT는 수리능력과 추리능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5급과 7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인 PSAT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로스쿨 들어갈 때 보는 LEET는 언어이해, 추리논증으로 구성되어 있고, 공기업에서 보는 시험인 NCS는 여러 영역이 있지만 그중 주로 활용하는 영역이 언어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등 세 부분입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이 시험들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것을요.

크게 보면 언어능력, 수리능력, 그리고 추리능력 혹은 문제해결능력으로 되어 있어요. 여기서 언어는 텍스트 Text로 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시험입니다. 주로 설명문이나 논설문 형태인 제시문을 빠른 시간 안에 보고 그것을 이해했는지 체크하는 시험이에요. 대학입시 때 본 시험 중에 비문학 유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리능력은 표나 그래프를 보고 그것을 이해했는지 체크하는 시험이에요. 수치적인 자료를 빠르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죠. 수학을 싫어하시는 분은 질색하는 시험이지만, 사실 수학은 아니에요. 가장 어려운 계산이 나누기니까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수치적 자료를 빠르게 판단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체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추리능력 혹은 문제해결능력인데, 우리가 이해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추리는 정보와 정보를 합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식과 지식을 이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드는 능력인 거죠. 이 능력을 문제에 적용하면, 문제상황이라는 정보를 모아 해결책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추리가 기본능력이라면 이 기본능력을 문제에 적용해서 나오는 것이 문제해결능력입니다.
이 시험들을 일별해보니 기존에 우리 사회에서 인재를 뽑는 기준이 무엇인지 아시겠죠. 텍스트로 된 정보, 수치나 그래프, 표로 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과 그 정보들을 활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동안 인재로 뽑은 거예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서술식 답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인 거죠.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제 우리뿐 아니라 인류는 또 다른 시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답을 찾을 때 지식과 지식의 점을 연결하는 인사이트라는 선을 대신 그어주는 생성형 AI들을 만나게 된 거죠. 질문만 잘하면 우리는 인사이트 있는 답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질문에 압축되어 들어가는 인간의 인사이트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인사이트의 효용성이 다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간의 인사이트는 질문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에 들어가니까 무척 압축되고 정제되어서 주요 핵심만 활용하게 되죠. 아시다시피 인사이트 중에서 그 핵심을 짧게 정리해내는 것이 진짜 어렵습니다. 질문을 어떻게 만들고,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하느냐가 인간의 경쟁력이 되면서 이제 인간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적절한 질문이라는 것은 맥락에 맞고 핵심을 끌어내는 질문이죠. 이런 질문의 능력을 나 자신에게 적용하거나 타인과의 대화에 적용할 때 의미 있는 답변과 연결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질문의 시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사이트 넘치는 질문만이 중요한 시대에 경쟁력 있는 질문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단답형 답을 찾아야 하는 시대, 서술형 답을 찾아야 하는 시대의 교육을 받아온 사람에게 갑자기 질문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은 그저 ‘왜?’와 ‘어떻게?’만 반복하는 인간을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질문이 중요한 시대라고 인사이트가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에요. 정보를 외워서 나열하기만 하고, 정보와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사이트가 없던 분이, ChatGPT에게 갑자기 좋은 질문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질문에 인사이트를 함축해서 넣는 작업은 훨씬 어렵거든요.
그러니 이제 우리는 질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훈련하고, 연습하고, 발전시켜야 하죠. AI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다른 사람에게도 적절한 질문을 하면서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여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어내야 하기도 하고요.
생각하는 특권을 강탈당한 시대
사람의 생각하는 힘이 많이 약해진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생각하기라는 특권을 강탈당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거든요. 빅테크 기업들은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정량을 넘어버리는 정보와 지식을 우리 뇌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가치 판단을 하기는커녕 호오를 생각하기도 전에 알고리즘의 마술에 걸려 우리의 취향이라고 간주되는 정보를 타의적으로 매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의 취향에 맞는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관련 정보를 보고 싶은지 우리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죠.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생각하는 속도보다 빠릅니다.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취향을 파악하고, 가치를 확립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능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꽤 낯선 일이 되어버렸죠. 질문의 방향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 바로 효과적인 생각의 방법이에요. 자신에게 하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고, 지식들의 패턴을 파악하며, 그리고 그에 맞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작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정답이 아닌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서
그 모든 것이 경쟁력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정답만이 중요한 시대에는 ‘정답이라고 사회적으로 여겨지던 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지탄을 받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겼겠어요. 그런데 질문이 중요한 세상은 다양한 답을 인정하는 세상입니다.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을 전제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산다고 해서 그 생각이 바보 같거나 그 인생이 부끄러운 게 아닌 세상인 거죠.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요.
《해리 포터》에 보면 보가트라는 괴물과 맞서 자신의 공포와 싸우는데, 보가트는 앞에 마주친 인물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공포를 극대화하거든요. 그런데 이 보가트가 변하는 대상이 그야말로 각양각색입니다. 네빌에게는 스네이프 교수로 나타나고, 늑대인간인 사람에게는 보름달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론에게는 거미가 가장 무서운 존재고, 《해리 포터》의 프리퀄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 뉴트 스케맨더에게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로 등장하죠.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공포스러운 일에 대한 정답은 아니라고 말할 근거가 있을까요?

사무실에서 따분하게 일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공포일 수도 있다.
첫째 아이가 미국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였어요. 학교에서 고스트를 그려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형 고스트를 그려 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미국형 고스트를 그려 가는 게 맞는지 온 가족이 함께 고민하다가, 그냥 캐스퍼 같은 형태의 귀여운 고스트를 그려 가기로 했죠. 그런데 나중에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천차만별의 고스트를 그려 오더라는 겁니다. 그냥 가운데에 원 하나 그려놓고 새까맣게 칠해온 아이도 있었더래요. 그런데 선생님이 하는 말은 “이게 네가 느끼는 고스트구나.”더라는 거죠. 그 아이는 침대 밑에 숨어 있는 고스트라고 설명했다고 하고요. (숙제를 깜빡 잊고 있다가 유치원에 와서 급하게 숙제를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냥 그 아이의 임기응변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임팩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고스트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겁니다. 질문만 있을 뿐이죠. 정답이 있다면 이런 다양한 답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겁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답이 나오고 창의성이 신장되고, 그 안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생깁니다. 정답이 있는데 저 친구가 모르면 동정심에 위로해줄 수는 있어도 그 친구의 오답에 공감할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정답이 없다면 우리는 누구의 답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만이 답이고, 가장 적절한 답인 거죠.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답이 가능함도 배웁니다. 정답이 존재하는 시대는 무엇을 해야 좋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 시대는 무엇을 해도 좋은 시대입니다. 정답이 있는 시대는 정답 길을 걸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살기 편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해진 답이 없는 시대에는 무엇을 해도 불안감을 안고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러한 불안감은 다양한 답이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정답이 아니면 어쩌나 걱정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니까,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한 번에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계속적인 질문으로 우리의 답을 우리 인생에 가장 적절한 답으로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 이 질문의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해요. 불안감은 내려놓으시고요.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장 똑똑한 사람이 질문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

질문을 하는 사람은 잠시 동안 바보가 되고,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바보가 된다.
-공자
1
우리는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유재석 씨에 대해서 궁금한 점?
모처럼 압구정동에 놀러 갔다가, 편의점에서 한국의 대표 MC인 유재석 씨를 만났습니다. 반갑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친절한 유재석 씨가 인사를 받아줍니다. 대화의 물꼬를 텄잖아요. 이제 우리에게 유재석 씨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겼어요. 어떤 질문을 하실래요?
질문:
그렇게 떠들썩하던 ChatGPT를 드디어 접속해서 로그인까지 해보았습니다. 듣던 대로 쉽게 프롬프트 창이 나오고, 질문을 받을 준비가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이제 질문을 해야 합니다. ChatGPT에 어떤 질문을 하실래요?
질문:
이 두 가지 상황에 할 만한 질문이 바로 생각나시나요? 의외로 유재석 씨에게 할 질문이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던 사람 유재광 씨에게 질문을 하라고 하면 “누구세요?” 정도로 끝날 수밖에 없겠죠.
무엇이든 답변한다는 ChatGPT에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질문할 기회는 주어졌는데, 마땅히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죠.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질문이란 간단하게 보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궁금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유재석 씨에 대해서 의외로 궁금한 점이 그다지 없습니다. ‘도대체 재산이 어느 정도나 있나요?’ 같은 궁금증은 있을 수 있겠지만, 초면에 물어보기에 적절한 질문은 아니겠죠. 유재광 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더더욱 질문하기가 어렵고요.
무엇이든 답변해준다는 ChatGPT라고 하지만, ‘무엇이나’라는 말 자체가 질문의 범위를 무한으로 확장해버리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궁금함이 없으니 당연히 질문도 없습니다.
질문하면 받곤 하는 눈빛 공격
그러니까 질문은 물건에 대해, 사건에 대해, 상황에 대해 궁금함이 생겨야, 그다음 단계에서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은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이 아니었던 거죠. 이른바 학력을 키워주는 암기식 교육이에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정해진 범위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외우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 부분을 깊이 파고들어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모르면 외워’버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시험 범위가 넓다 보니 외워야 할 것이 많았거든요.
이렇게 암기식으로 무언가를 배우면 질문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궁금함이 생기지 않으니까요. ‘왜 임진왜란 초창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가?’보다는 임진왜란이 1592년에 일어났다는 팩트를 외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파이 (π)가 왜 필요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하기보다는 3.141592 하는 식으로 그냥 외우는 것이 시험점수를 높이는 데는 더 도움이 되었어요. 이런 식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제일 도전적인 질문은 칠판에 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으면 “선생님, 세 번째 글자는 뭐라고 쓰신 거예요?” 정도나,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정도입니다.
이러한 자세는 대학까지 이어집니다. 교수님이 강의를 다 끝내고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물었을 때 손을 들고 질문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눈치 없이 손을 들어 질문하는 친구가 있어도 곧 클래스 친구들의 눈빛 공격을 뒤통수로 느끼면서 질문을 자제해요. 저 질문 때문에 끝나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비난의 뜻이 담긴 눈빛이죠. 질문하는 문화 자체가 낯선 것입니다.
‘암기교육’도 아닌,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한 교육’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비교적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죠. 그러다 보니 아이 때는 다양한 질문, 재미있는 질문, 때로는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중학교에만 들어가도, 다니던 태권도 학원을 끊고 피아노 학원도 끊고, 본격적으로 입시 모드에 돌입합니다. 새로 등록하는 학원은 수학이나 영어, 아니면 종합 학원입니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의 교육도 효과적으로 암기하는 교육으로 바뀝니다. 인기 있는 선생님도 조분조분하게 이해시켜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암기할 것을 재미있게 잘 정리해주는 선생님이에요. 그리고 고 3으로 접근할수록 ‘암기교육’도 아닌,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한 교육’으로 전환이 되죠. 대학에 들어가려면 내신점수나 수능점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5지 선다형인 객관식 시험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느냐가 인생의 중요한 목표가 되는 겁니다. 특정한 지식에 대해 그것을 얼마나 이해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험 문제로 나왔을 때 맞았느냐 틀렸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특히 한국의 교육은 시험을 잘 보는 데 특화되어 있었어요. 예전에 한국 토플 시험 학원이 유명했을 때는, 미국 교포 아이들이 방학이면 한국에 들어와서 토플 학원을 다녔어요.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는 요령을 가르쳐주니까,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시험 보는 데는 더 유리했거든요. 저도 대학 학부 때 토플 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배운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문법 40문제 중에서 35번 이후에 do동사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면 그게 답이다.’라는 건데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답을 찾으면 거의 100% 정답이었어요. 영어를 해석하거나 문법을 이해한 게 아니라, 시험의 스킬을 배우는 것이었죠.
어린 시절 창의성 있고 누구보다 호기심 넘치던 아이들은 상급 학교로 올라가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이런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류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교육 체제하에서 질문을 한다는 것, 심지어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질문은 이해를 하는 교육에서 생기는 것이거든요. 세부사항을 따지려다 보니, 아니면 전반적인 부분을 이해하려다 보니,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질문이 생깁니다.
매뉴얼에 의문을 갖기
한국 교육이 질문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않은 것은 시대가 그런 인재까지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에요. 1990년대까지 그러니까 개발도상국 시절의 한국은 고속성장을 하는 나라였습니다. 선진국에서 주문한 상품들이 밀려 있었고, 기업들은 사람들을 많이 뽑았습니다. 이럴 때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매뉴얼을 빠르게 숙지하고 그것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어차피 주문이 밀려 있어서 매뉴얼대로만 해도 이익은 보장됩니다. 그래서 이때의 기업들이 사람을 뽑는 기준은 성실, 끈기, 노력 등입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은 암기 시험에 강해요. 흔히 ‘엉덩이로 공부한다’고 하는데, 오래 앉아서 공부할수록 암기하는 지식의 절대량이 늘어나니까요. 잠을 줄여서 더 많이 외운 사람이 점수가 더 좋았으므로, 인재를 뽑을 때도 학점, 영어점수 같은 정량적 요소를 봤어요. 영어점수가 좋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영어점수가 좋은 사람은 확실히 성실한 사람일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경제성장률은 2~3% 수준으로 정체되고 매뉴얼대로 생산하기만 해서는 그것이 팔리지 않아 오히려 손해가 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필요한 인재는 어떻게 하면 ‘매뉴얼’보다 효과적으로 일할 것인가 혹은 ‘매뉴얼에 없는 방법’으로 효율성을 높일까를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과거에는 ‘잔꾀를 부린다’, ‘잔머리를 쓴다’라고 해서 배척받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창의적인 인재, 문제해결적 인재라고 각광받게 되었어요.
이 사이의 결정적 차이가 질문의 유무입니다. 매뉴얼에서 지시하는 사항이나 제시하는 프로세스에 아무 질문 없이 그냥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 과거에는 바람직했지만, 지금은 기피대상이 되는 거죠. 매뉴얼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면 현재의 지시사항이나 프로세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나?’. ‘저 부분은 불합리한 프로세스 아닌가?’ 같은 질문을 통해 매뉴얼은 발전하고, 따라서 비즈니스 역시 발전합니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비슷한 퀄리티의 답을 주는 ChatGPT
그런데 질문의 시대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한국 사회 기준으로는 IMF 이후라고 할 수 있는 시대를 전질문의 시대라고 한다면, ChatGPT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2023년을 후질문의 시대의 시작점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2022년 11월 30일에 ChatGPT가 대중적으로 공개되었고 불과 1년 사이에 엄청난 파급력과 보급력으로 시대의 공기를 일순 변화시켰거든요.

전질문의 시대에 질문은 무척 중요한 요소였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검색으로 사람이 직접 찾아야 했어요. 질문의 시대 전에 있던 암기의 시대에 지식은 파편적으로 존재했고, 그것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검색이 본격화하면서 지식은 검색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라 그것을 암기하는가는 능력의 기준이 될 수가 없게 되었죠. 적절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자신이 직접 검색해서 엮어 만드는 시대는 어떻게 생각하면 질문의 시대라기보다는 검색의 시대에 더 가깝습니다. 검색을 통해 나온 여러 지식을 통섭적으로 잘 엮어서 배열하면 그것이 경쟁력을 갖춘 나만의 답이 됩니다. 그래서 여전히 경쟁력은 답 자체에 있었죠. 질문은 답을 묶어주는 실이었고, 답이 여전히 구슬이었습니다.
하지만 ChatGPT 때문에 우리는 답에 대한 차별성을 상실했습니다. 원래는 검색을 통해 나온 여러 자료를 통합해 10분 정도 만에 답을 구성하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대답을 30분 정도에 도출하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었죠. 하지만 ChatGPT는 이 시간 차이를 줄이고 모두에게 빠른 시간 안에 비슷한 퀄리티의 답을 제공합니다. 사람이 정보를 찾아 그것들을 엮어 의미를 만드는 작업을 대신 해주거든요. 사실 이런 것을 아예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조차 ChatGPT는 차별 없이 비슷한 퀄리티의 답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경쟁력은 질문에 있을 수밖에 없죠.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유용한 답이 나오고,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신속하게 답이 나옵니다.

질문으로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시대.
효과적인 질문은 유용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답을 내 손 안에 빠르게 배달해주는데요, 문제는 우리는 질문을 잘 못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12년간의 초·중·고 교육과 심지어 그 이후 대학 교육에서도 질문하는 방법을 훈련하지 못했거든요. 특히 중요한 중·고 교육은 수능에서 점수를 잘 받는 교육에 맞춰져 있는데, 수능이 처음 생긴 게 1994년이에요. 그 앞의 시대를 연구해서 인재에게 필요한 요소를 체크하기 위해 만든 것이 수능이라고 한다면, 앞서 언급한 1998년의 IMF 이후에 바뀐 인재의 요소와 전혀 맞지 않습니다. 하물며 2023년의 ChatGPT 시대의 인재와는 더욱 동떨어진 시험이고, 그에 맞춘 교육인 거죠. 질문이 중요한 시대지만, 우리는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질문의 중요함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질문이 중요한 시대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많은 사람이 질문을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도 당연한 것이 배운 적도 없고, 연습해본 적도 없고, 그러다 보니 유용하게 가다듬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누구나 똑같이 질문을 잘 못하는 시기인 것이죠. 질문하는 것이 어렵고 효과적인 질문을 찾는 것이 힘든 사람은 스스로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배우지 않은 것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물론 살다 보면 그런 이상한 사람을 만나 상대적 좌절을 겪게 될 때가 종종 있지만요.)
효과적인 질문을 던지고 검색을 통해 통섭적인 지식과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엮어내는 사람은 학교 교육의 결과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이나 독서나 글쓰기, 토론 같은 정규 교육 이외의 교육에서 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수는 미미하고, 전체에서의 비율은 소수입니다. 수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훑어보고 핵심을 파악한 후에, 그 정보들을 잘 엮어서 새로운 지식이나 인사이트를 창출한다는 것은 얼핏 말만 들어도 쉽지 않아 보이는 일이잖아요. 좋은 질문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더 중요한 것은 답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을 AI가 해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은 그에 대한 대답을 구하기 쉬워진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 되는 겁니다. 이제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연습, 훈련은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의무입니다.
모두 비슷한 출발점에 있을 때, 질문하는 법을 훈련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미래 시대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손에 쥐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지금 손에 쥔 이 책을 열심히 보아야 하는 이유죠.
2
멘사는 어떻게
질문하는가?
멘사라면서?
중앙도서관에 멘사 포스터가 붙어 있기에 이게 뭔가 하고 봤습니다. 아이큐 높은 사람들의 모임인데, 시험을 봐야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냥 모임 홍보 정도면 지나쳤을 텐데, 영국에서 공수한 시험지로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 모임에 가입할 수 있다니까, 뭔가 도전정신을 자극하더라고요. 시험 신청을 했죠.
시험을 보고 영국으로 답안지를 보내 채점을 하고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결과 도출에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해서, 한참 기다렸어요. 사실 이런 모임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인생이 힘들어지거나 커리어에 결정적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합격한다고 해서 그렇게 기쁠 것 같지는 않았는데, 꽤 궁금하더라고요. 두 달이나 지난 후 도착한 통지서를 열어보니 IQ 148 이상이 합격선인데, 종이에 찍힌 숫자는 152였습니다. 와우! 합격한 거죠. 아이러니한 것은 막상 합격하니 꽤 기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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