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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기타내용

캐나다 헌법, 불평등한 대우 허용한다 - 형평성 추구와 평등의 충돌

by 행복한게이 2024. 10. 29.

김태형 기자 2024-10-26

 

특정 집단 차별 합법화 논란
캐나다 권리자유헌장(The Canadian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 연방 법무부 홈페이지 제공.

 

(캐나다) 최근 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형평성(equity)을 달성하기 위해 불평등한 대우가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일부 경우에는 헌법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브루스 파디 퀸즈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많은 캐나다인들이 법 아래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캐나다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 합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성애 백인 남성에 대한 차별은 허용되며, 이는 캐나다 헌법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파디 교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평등과 형평성의 개념을 구분하며, 캐나다 법률 체계가 형평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동시에 특정 집단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며 “평등과 형평성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으로 공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디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TMU) 의과대학이 새로 개설된 학급의 75%를 ’형평성을 요구하는 집단(equity-deserving groups)’에게 할당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예로 들며, “이와 같은 정책은 직업 시장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인종이나 성별이 아닌 사람들은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캐나다 권리자유헌장(The Canadian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이 평등보다는 형평성을 더 중시하는 반면, 미국 헌법은 평등의 원칙을 명확히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디 교수는 2023년 6월 미국 대법원이 인종 기반 대학 입학 제도(차별적 우대 정책, Affirmative Action)를 금지한 판결을 예로 들어, 미국이 평등의 원칙을 더 확고히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디 교수는 특히 2008년 연방 대법원의 R(Regina, 라틴어로 ‘여왕’, 즉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함을 의미) 대 카프(R. v. Kapp) 판결을 중요한 사례로 언급했다. 이 사건에서는 연방 정부가 원주민 상업 어업을 장려하기 위해 시행한 원주민 어업 전략(Aboriginal Fisheries Strategy)이 주된 쟁점이 되었다. 이 전략은 원주민들에게는 특정 강에서 어업을 하고 그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비원주민들에게는 이를 금지했다. 이에 비원주민들이 해당 정책에 도전했지만, 대법원은 과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불평등한 대우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2020년 프레이저 대 캐나다(Fraser v. Canada) 사건에서는 직무 공유 프로그램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적은 비율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문제 삼으며, 캐나다 대법원은 이 프로그램이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프로그램 자체는 차별적이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불평등한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파디 교수는 “미국에서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차별적 우대 정책을 금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캐나다는 불평등한 대우가 헌법적 기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 대법원이 이러한 문제의 주요 원인이지만, 정치인들과 관료들 역시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